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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카카오 “골목상권 사업 철수”, 이젠 혁신에 집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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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14 23:17:56 수정 : 2021-09-14 23: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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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김범수 제재 절차 착수
금산분리 위반·허위 보고 혐의
빅테크기업 ‘교각살우’는 안 돼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가총액 55조원의 빅테크·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김 의장은 최근 5년간 공정위에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카카오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내용을 허위로 보고하거나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정자료란 공정위가 매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하기 위해 기업 총수에게 받는 계열회사·친족·주주 현황 자료다. 케이큐브홀딩스의 임직원 7명 중 4명이 김 의장 부부와 자녀 등 친족이다. 공정위는 금융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비금융 계열사인 카카오 지분을 보유하며 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가맹 택시에 호출을 몰아준 혐의로 카카오모빌리티를 조사 중인 공정위가 총수와 지배구조 문제까지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계열사를 158개로 늘릴 만큼 파죽지세로 사업영토를 넓혀온 김 의장과 카카오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경제 검찰인 공정위가 칼을 빼들었다는 건 카카오의 지배구조와 영업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의 자료누락 등 혐의가 확인되면 김 의장에 대한 검찰 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 금산분리 위반으로 결론나면 카카오 지분에 대한 의결권 포기와 지배구조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공정한 거래를 방해하거나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건 공정 경제를 무너뜨리는 불법행위다. 소비자·소상공인 보호, 공정한 시장질서 회복을 위해선 플랫폼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는 규제는 필수다. 공정위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칼을 칼집에 집어넣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카카오와 김 의장은 ‘지네발식’ 사업 확장으로 ‘불공정과 탐욕의 상징’이란 오명을 얻은 것을 뼈아프게 자성해야 한다.

 

카카오는 어제 파트너·이용자와의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골목상권 논란 사업을 철수하고 파트너 지원 확대 기금 3000억원을 조성하며 케이큐브홀딩스가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지만 상식적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김 의장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카카오와 파트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김 의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혁신의 동력을 새롭게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도 빅테크 기업의 불법행위는 손보되 혁신의 싹까지 꺾는 ‘교각살우’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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