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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crisis)라는 단어를 한자로 적으면 두 개의 글자가 나온다. 하나는 위험(危)이고 다른 하나는 기회(機)다.”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당선 전부터 자주 쓰던 표현이다. 1930년대 미국 선교사들로부터 유래했다고 한다. 케네디가 재임 기간 쿠바 미사일 사태 등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강조했던 메시지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Never waste a good crisis)”는 말을 남겼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뜻이다. 위기도 어떻게 잘 극복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내실을 다지고 재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미국인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면서 미국 사회의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창업 건수는 약 430만건으로 전년보다 86만건(24%)이나 늘었다. 지난 15년 새 최고 증가율이다. 올 상반기 창업은 약 280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급증했다. 정체 상태이던 창업 증가율이 감염병이 극성을 부리던 지난해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창업이 15.5%, 올 상반기 9.8% 늘었다.

이유가 뭘까. 코로나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창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업을 시작한 사람 가운데 30%가 실직자였다. 코로나 이전엔 이 비율이 절반에 불과했다. 심리적 요인도 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직장인들이 팬데믹을 겪으면서 ‘위험 선호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 젊은이들이 삶의 불확실성을 알게 되면서 삶의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대신 과감한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창업’ 급증 현상은 경제 회복에는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상당수가 파산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에 창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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