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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군사법원 없앴지만… 평시 군사법원 유지 ‘절반의 개혁’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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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7 06:00:00 수정 : 2021-09-07 07: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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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원법 개정안’ 살펴보니

무엇이 달라졌나
성범죄 수사·재판 1심부터 민간서 담당
1심 군사법원도 국방부장관 소속 통합
항소심, 민간법원인 서울고등법원 이관

‘제식구 감싸기’ 논란 심판·관할관 없애
보통검찰부도 폐지하고 검찰단 설치해
지휘관의 군검사 지휘·개입도 제한시켜

군사법원 존치 찬반 팽팽
軍측 “북한과 휴전 중인 안보상황 고려
엄정한 지휘권 확립을 위해 유지해야
지휘관이 재판 좌지우지 비판은 기우”

반대측 “수사·재판 모두 軍내서 이뤄져
회유·협박·은폐·2차 가해 막기 어려워”
군검찰과 군판사들 역량 부족 지적도

‘제 식구 감싸기.’

우리 군 사법제도에 곧잘 비유되는 표현이다. 부실수사와 조직적인 은폐, 피의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사법과정은 장병들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단적인 예가 지난 5월과 8월 공군과 해군에서 발생한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사건이다. 군은 예행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허술한 사법제도 시행을 반복했다. 국방부와 국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부산스러웠다. 성범죄를 포함한 일부 범죄를 1심부터 민간 법원으로 이관하고, 고등군사법원을 전면 폐지하는 등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이번에도 노무현정부 시절 이후 제기된 평시 군사법원 폐지까지는 나아가지는 못했다. ‘절반의 개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정문 앞에 지난달 13일까지 부착됐던 ‘전군 성폭력 예방 특별 강조기간’을 알리는 현수막. 뉴스1

◆성폭력 범죄 등 1심부터 민간이 담당… 고등군사법원 폐지

국회가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때는 지난달 31일이었다.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이 알려진 뒤 3개월이 지난 뒤였다. 그나마 개정안에 따라 △성폭력 범죄 △군인·군무원이 사망한 경우 그 원인이 된 범죄 △군인·군무원이 그 신분 취득 전에 저지른 범죄에 관한 수사와 재판을 1심부터 민간이 담당하도록 했다. 이외 범죄는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면서 항소심을 민간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군판사 외에 일반장교와 지휘관을 군사재판에 참여시킨 근거가 됐던 심판관 제도(장교 재판관 참여)와 관할관 제도(지휘관의 법원장 임무 배정)도 폐지됐다. 심판관·관할관 제도는 군 사법제도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였다.

군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됐던 1심 군사법원은 국방부 장관 소속으로 통합해 5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장성급 장교가 지휘하는 부대에 설치된 보통검찰부를 폐지하고 국방장관과 각 군의 참모총장 소속으로 검찰단을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방부는 “지휘관 또는 부대장의 군검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권 행사나 개입을 제한해 군검사는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받게 되고, 엄정한 검찰권 행사로 군 사법 정의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난 2018년부터 국방개혁 과제로서 추진해 온 군 사법개혁이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무현정부 이후 군 사법제도 개혁 논의

우리의 군 사법제도는 1948년 국방부 전신인 통위부에서 국방경비법을 제정하면서 태동했다. 관련 정보가 부족 상황에 미국의 군법회의 제도를 바탕으로 법이 제정됐다. 1962년 군법회의법 제정으로 단심제는 현재의 3심제로 바뀌었다. 군사법원 명칭은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도입됐다. 이후 세부적인 법 개정에도 큰 틀의 변화는 없었다.

군 사법제도 개선 논의는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사법제도개혁위원회(대통령 자문기구)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는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2004년 대통령에게 건의한 사법개혁안의 종합적·체계적 추진을 위해 설치된 기구다. 당시 청와대 주도로 군사법원 폐지 등이 논의됐지만, 군의 반발로 이 내용은 개혁안에서 제외됐다. 결국 최종 개혁안에 군사법원의 독립성과 공정상 강화 방안 등이 담기는 데 그쳤고, 이마저도 17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윤 일병 사건 현장검증(자료사진)

그러다가 국방부는 2014년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설치했다. 군 내 가혹 행위와 폭행으로 국민적 분노를 야기한 ‘윤 일병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군의 수사 조작, 축소·은폐가 문제돼 국회 차원에서 군 인권개선·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가 구성된 게 계기가 됐다. 이때도 군사법원 폐지 등이 논의됐지만, 2015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평시 사단급 보통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군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하는 수준만 반영됐다. 이외 심판관 제도의 원칙적 폐지, 관할관의 판결에 대한 확인조치권(관할관이 형의 과중 여부를 판단할 때 선고된 형량을 감형할 있는 제도) 제한 등도 포함됐지만 ‘용두사미’라는 평가를 받았다.

평시 군사법원 폐지 논의는 2017년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에서도 이어졌다. 2018년엔 비상계엄 선포 시 또는 국외파병 시에만 군사법원을 두는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본회의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군 기강 확립에 필요” vs “법이 우선돼야”

일반형사절차와 구별된 별도의 군 사법제도를 두고 있는 이유는 우리 군의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다. 북한과 휴전 중인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엄정한 지휘권 확립을 위해 군사법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군사법원 존치론자들의 주장이다. 기밀 등 보안이 중요한 군의 특수성도 고려 요소라고 강조한다.

육군본부 군판사와 군사법원장, 고등검찰부장 등을 지낸 임천영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우리의 안보 현실이 바뀌지 않는 이상 군사재판은 엄정한 군 기강 확립을 위한 필수 요소”라며 “지휘관에게 인사권과 징계권뿐만 아니라 일정 부분의 사법권을 보장해 지휘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스틸컷. 넷플릭스

그러면서 “군사법원의 병폐로 지적됐던 심판관 지정과 형량 감경 등 지휘관 권한 행사 건수가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한 건도 없었다”며 “지휘관 마음대로 재판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은 기우에 불과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군사법원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지금껏 군의 기강 확립을 위해 군사법원을 유지했기 때문에 각종 병폐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특히 군 내에서 사건 수사와 재판이 모두 이뤄지는 현 체제에서는 사건 은폐와 피해자 회유·협박, 조직적 2차 가해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군 형사사건의 대다수가 교통사고·폭행 등 군의 특수성과 무관한 범죄라는 점도 평시 군사법원 폐지의 근거로 제시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는 “군사법원 체계는 군의 기강이라는 이름으로 상급자들이 전횡할 수 있는 치외법권 영역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군의 기강은 원칙과 법의 지배를 통해 확립해야 하지, 상관의 카리스마로 잡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통계적으로 군사기밀 관련 범죄나 내란죄처럼 재판 과정상의 보안이 요구되는 범죄는 전체 군범죄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평시 군사법원을 존치시켜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군 사법제도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과 대안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임 변호사는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군 내 사건·사고의 사법과정은 군 사법제도 자체 문제가 아니라, 군검찰과 군판사의 부족한 역량이 문제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 향후 이들의 전문성과 군 법무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개선되면 현재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는 군 법무관이 수많은 보직을 거쳐야 진급을 할 수 있는 구조”라며 “인사정책을 바꿔 군판사, 군검사 등 한 분야에서 오래 있어도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해 이들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비해 한 교수는 “우리의 군 사법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평시 군사법원 폐지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군기라는 군대 논리로 지배되는 군사법원에서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은 서울중앙지법 군사부에서 사건을 수사하고 군사법에 정통한 법관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선진국 대부분 폐지 추세… 美·英은 존치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군사법원을 폐지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다양한 안보 상황에 맞게 군사법원을 존치하는 나라도 꽤 많다.

 

지난해 발간된 국회입법조사처의 ‘군 사법제도 개선논의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군사법원을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영국, 이스라엘, 호주 등이 꼽힌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은 군사법원과 민간 법원을 혼합해 운영한다. 반면 프랑스와 일본, 대만, 터키 등은 군사법원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군 부대 또는 국방부에 군사법원이 설치됐다. 군 내 1심과 2심인 각 군 항소법원 이외에 민간 연방항소법원 및 최종심인 연방대법원으로 운영된다. 지휘관은 유죄판결 기각결정권·형량 감경권·죄명 변경권 등 확인조치권을 보유하고 있다. 군검찰은 별도 조직이 없고, 군법무관 중에서 지휘관이 검사업무 담당자를 지정한다. 지휘관은 법무참모의 의견을 들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군검사는 법무참모의 지시만 받을 뿐 지휘관의 영향력 행사가 밝혀지면 재판 무효 또는 지휘관 형사처벌을 하도록 해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영국도 군사법원이 존재하며 항소심은 민간 군항소법원이 담당한다. 법률가 자격이 있는 군검찰국 소속 장교가 기소를 담당하며, 군 내부의 명령체계와 분리돼 국방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은 전시와 해외 주둔의 경우 특별군사법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군내 설치된 군무법원에서는 경미한 위법행위에 대한 징계를 재판하고, 군인의 형사상 범법행위 관련 재판은 민간 형사법원에서 담당하는 혼합 체제다. 별도의 군검찰 조직이 없어 군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 및 기소는 일반 검사가 담당한다.

프랑스엔 군사법원이 없다. 별도의 군검찰 조직이 없고 민간 검사가 군인 관련 사건을 처리하는 형태다. 지난 1982년부터 특별법원인 군사법원과 최고군사법원을 폐지하고 전국 지방법원 군사전문부에서 사건을 취급하도록 했다.

 

대만도 지난 2013년 ‘훙중추 하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사법원 및 군검찰 운영을 중단했다. 터키는 지난 2016년 일부 군 세력의 쿠데타 실패 이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판사 및 군법무관을 해임했다. 이후 국민투표를 통해 군사법원 폐지를 포함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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