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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대통령, 영어로 "모어 댄 투 밀리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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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02 10:00:00 수정 : 2021-09-02 09: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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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무너지는 모습 보며 美 지원 한층 절박해져
백신 200만회분 제공 감사 표하며 그 대목만 영어로
미국을 방문한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이젠 러시아·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한지 하루 만에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에 대한 공동 대응을 논의했다. 영어가 익숙치 않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요한 수치를 인용할 때 영어를 사용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 그리고 미국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방미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미·우크라 정상회담을 했다. 원래 8월 30일로 예정돼 있었던 회담은 최근 아프간에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자폭 테러로 미군 13명이 숨진 데 이어 카불공항을 통한 대피작전을 급하게 마무리하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며 이틀 연기됐다.

 

이를 의식해선지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아프간 사태를 언급했다. 미국이 그간 들인 노력을 치하하고 전사한 미군 장병들의 명복을 빈 뒤 우크라가 처한 상황도 아프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우크라는 2014년 자국 영토인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겼다. 러시아는 지금도 우크라 동부 돈바스 지역 내전에 개입해 친(親)러시아 세력을 지원하는 형태로 우크라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지칭할 때마다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Ukrainian Crimea)”, “일시적으로 점령당한(temporarily-occupied) 크림반도” 등 표현을 썼는데 러시아에 대한 그의 적개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러시아를 최근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에 빗댄 것이나 마찬가지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을 방문한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1일(현지시간)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통큰 군사원조를 거듭 당부했다. 미군의 철수 방침 발표 직후 아프간 정부군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며 탈레반의 공세 앞에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진 것처럼 미국이 우크라 안보 지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순간 우크라도 무너질지 모른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영어가 익숙치 않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단히 감사합니다(Thank you very much)” 같은 의례적 표현 말고는 모두발언 내내 우크라이나어를 썼다. 다만 “미국이 우크라 국민들을 살리기 위해 200만회 접종분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해준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께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인사한 뒤 이게 제대로 통역이 됐나 의문이 들었는지 영어로 “200만회분 이상(More than 2 million)”이라고 콕 집어 말하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통역 담당자가 “제대로 통역이 됐다”고 답변한 뒤에야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심한 듯 다시 우크라이나어로 발언을 이어갔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 철군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중국·러시아 같은 진짜 위험한 상대방과의 경쟁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미국인들을 설득했다. 연설 하루 만에 우크라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할 방안을 논의한 것은 아프간 철군을 둘러싼 온갖 논란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등을 ‘가상의 적’으로 삼아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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