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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개편안·교사 확충도 없이 고교학점제 밀어붙이기

입력 : 2021-08-23 17:45:10 수정 : 2021-08-23 23: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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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고1부터 ‘고교학점제’ 시행
수업량 기준 ‘단위’서 ‘학점’ 전환
총 2720시간 192학점 이수 필요
미이수·절대평가 2025학년도 도입
교원단체선 “교사확충 대책 없어”
학점제 맞춘 대입안 2024년 발표
논·서술형 문제 등 수능 도입 가닥
사진=gettyimagesbank 제공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3학년도부터 전국 95%의 일반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교학점제가 적용되고, 2025학년도부터 모든 고교에서 전면 시행된다. 내신 평가는 공통·일반선택과목은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진로선택과목은 절대평가를 도입한다.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선택과목 다양화에 따른 담당 교원 충원 문제와 지역·학교별 특성화교육 프로그램의 질과 양 차이에 따른 교육 격차 우려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23일 고교교육 혁신 추진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일반계고 학점제 전면 적용을 위한 고교학점제 단계적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이 스스로 시간표를 짜 수업을 듣고 졸업 요건에 맞는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현재 고등학생들은 시간표에 따라 3년간 204단위 이상 이수하면 되지만 학점제에서는 192학점을 수강해야 한다.

 

앞서 지난해 마이스터고가 고교학점제를 도입했으며, 특성화고가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일반계고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2025년 전체 고교에 전면 시행된다.

 

고교학점제 이행계획에 따르면, 2023년 고1부터 학점제를 시행하고, 2024년에는 1·2학년이 학점제로 수업을 듣는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수업량의 기준은 ‘단위’에서 ‘학점’으로 전환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교교육 혁신 추진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졸업이수 학점 192학점 중 교과는 174학점, 창의적체험활동은 18학점으로 조정된다. 이수시간은 총 2890시간에서 2720시간으로 줄어든다. 수업량이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수업량 적정화를 통해 고교학점제에 역량을 집중할 여건을 만든 것”이라며 “192학점은 시간으로 환산하면 2720시간으로, 고교학점제를 시행 중인 다른 국가에 비해 많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조사한 해외 고등학생들의 수업량은 △미국 캘리포니아 2625시간 △캐나다 온타리오 2475시간 △일본 2158시간 △핀란드 2137시간 등이다.

 

내신 평가는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은 기존 9등급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진로선택과목만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를 도입한다. 2023학년도 고교 신입생들은 공통과목인 국어와 수학, 영어 성적이 40%를 밑돌 경우 ‘최소학업성취수준 보장지도’를 받게 된다. 교사들은 이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상대로 학업성취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보충지도를 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핵심 제도 중 하나인 ‘미이수’는 2025학년도부터 적용된다. 학업성취율이 40% 미만이거나 출석률이 3분의 2보다 낮을 경우 미이수 평가를 받게 된다. 미이수는 학점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과목을 다시 수강해야 한다. 모든 선택과목에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적용되는 시점도 2025학년도 고1부터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새롭게 마련하고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시 2025년 고1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고 내년까지 새 교육과정을 고시할 계획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을 존중하는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체화한 정책으로 우리 교육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일반계고는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만큼 이날 방안을 바탕으로 학교 현장과 2024년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적용으로 현장에서는 당장 교원 충원 문제에 직면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의 최소 학업성취수준 보장지도 등 책임교육이 강화되는 만큼 교사들의 업무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강사 채용이나 계절학기 활용 등을 통해 현장의 부담과 혼란을 줄여갈 방침이지만 교원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원의 72%가 교사부족 등 여건 미비로 고교학점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며 “교사 확충과 교육격차 해소 등 필수 대책은 제시하지 않아 학생 피해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학교 간 교육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이나 특성화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학교별 여건에 차이가 있어서다. 교육부는 교육의 장을 학교에서 지역사회로 확대해 학교 간 교육자원을 공유하고, 지역 대학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운영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또 농어촌·소규모 학교에서도 최소한의 선택과목권 보장을 위해 교사 확보에 나선다. 교육부는 교과 순회 교사제나 중·고교원 겸임 등을 활용한 교원배치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입체제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유지되는 동안까지 현행 체제가 이어진다. 하지만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될 경우 입시체제도 대폭 변화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비판적 사고력 함양 등 미래교육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설계될 학점제형 과목 구조와 연계해 대입 방향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교육당국은 논·서술형 문제를 수능에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느 정도로 논·서술형을 반영할지 등을 고민 중”이라며 “독일의 아비투어나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처럼 논리나 증거를 갖고 쓴 아이들의 글로 사고력을 평가하는 방법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서술형 시험이 도입될 경우 학생들은 각자 선택한 과목을 통해 배운 내용을 글로써 평가받게 된다. 하지만 문제의 유형과 채점의 공정성이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 후 적용할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은 2024년 2월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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