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한 주택가 처마 밑에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햇볕에 말라 투영된 빨간색이 유난히 선명해 보인다. 도시에 살면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풍경이다.
지나던 어르신이 “집들은 허름해도 하루 종일 해가 잘 드는 동네인데 재개발지역이라 고추 말리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이라며 아쉬워하신다. 정겨운 삶의 모습이 우리 곁에서 또 하나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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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2 08:52:04 수정 : 2021-08-22 08:51:59
남제현 선임기자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한 주택가 처마 밑에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햇볕에 말라 투영된 빨간색이 유난히 선명해 보인다. 도시에 살면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풍경이다.
지나던 어르신이 “집들은 허름해도 하루 종일 해가 잘 드는 동네인데 재개발지역이라 고추 말리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이라며 아쉬워하신다. 정겨운 삶의 모습이 우리 곁에서 또 하나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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