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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탁 트인 공간의 시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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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3 22:51:20 수정 : 2021-07-23 22: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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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반 호이엔의 ‘해변의 풍차’.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델타 변이까지 퍼지면서 더욱 덥고 짜증 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로 개장 준비를 했던 해수욕장도, 여름철 장사를 계획했던 상인들도 어려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17세기 당시 시원한 공간 전개로 관심을 끈 한 장의 해양풍경화가 위안이 될까 해서 그림 한 장을 선택했다.

네덜란드 화가 얀 반 호이엔은 해양풍경화라는 새로운 영역의 그림을 개척했다. 새로운 공간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빛의 묘사도 이용했다. ‘해변의 풍차’는 자기 고향 바닷가의 평범한 풍경과 풍차의 모습을 간결하고 소박하게 나타낸 그림이다. 그곳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특징은 없고,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바닷가 풍경일 뿐이다.

하지만 풍경화를 그린 방식만큼은 종전의 풍경화와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종전의 풍경화들은 공간관계를 나타내기 위해서 르네상스식 원근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화면 안 요소들의 크기를 거리에 따라 조절해서 보는 이의 시선을 앞뒤로 움직이게 하면서 공간적 깊이감을 만들어냈다.

이에 비해 호이엔의 풍경화에는 원근법적인 크기 조절이 없다. 화면의 반 이상을 하늘이 차지했고, 그 아래에 물과 지상 풍경이 평행하게 배치돼서 탁 트인 공간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호이엔이 풍경을 마치 하나의 띠를 두른 것처럼 평행하게 전개시켜 시선을 옆으로 움직이게 하는 파노라마식 풍경을 선보였다. 공간적 깊이는 빛으로 인한 대기의 농도 차이를 통해서 나타냈다. 르네상스식 풍경화처럼 이성적 추론을 통해서 화면의 깊이와 공간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풍경을 직접 체험하는 것처럼 나타내려 한 바로크 양식의 풍경화이다.

호이엔 외에도 17세기 네덜란드에는 다양한 주제의 그림을 그리는 많은 화가들이 있었다. 이들은 하나의 주제를 평생 동안 전문적으로 그렸는데, 그러다 보니 동일한 주제를 보다 잘 나타내기 위한 회화적 수단과 방법의 연구로 향했다. 그 결과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주제보다 방법이라는 생각을 낳았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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