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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잠룡들 일제히 개헌 카드… 이재명·野 겨냥 ‘판 흔들기’ [심층기획]

입력 : 2021-06-22 06:00:00 수정 : 2021-06-22 09: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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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vs 범친노
이낙연, 토초세 등 토지공개념에 방점
정세균, 대통령 중임제와 분권형 주장
박병석 의장도 “개헌 통한 권력분산 필요”
이재명은 “구휼이 더 중요한 시기” 반대

왜 지금인가
윤석열 대권행보·이준석 돌풍 위기감
개헌 블랙홀로 분위기 반전 노리는 듯
전문가들 “대선 지나면 흐지부지 될 것”

대선 전 개헌론이 또다시 불거졌다. 내년 3월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8개월여 앞두고 여권 내 대권 주자를 주축으로 개헌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범친노(친노무현)’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김두관 의원 등이 경선 연기, 개헌 등을 매개로 한 ‘반이재명’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모습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2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담대하게 개헌에 나설 때다. 국민 통합과 대전환 시대에 맞는 새 헌법이 꼭 필요하다”며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물론 각 정당은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평가를 받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개헌을 통한 권력 분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권력 분산은 타협과 협치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는 최근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등을 중심으로 개헌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개헌안은 자산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 해소를 위한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 등 토지 공개념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40세에서 낮추는 방안도 제안했다.

 

정 전 총리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함께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 등 외치를 담당하도록 하는 권한 분산 등을 골자로 하는 ‘분권형 개헌안’을 내년 대통령 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공개 제안했다.

 

‘친문(친문재인)’ 세력도 개헌론 주장에 가세했다. 이광재 의원은 “(대통령은) 핵심과제만 수행하고 내치는 총리에게 맡겨야 한다”며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주장했고, 김두관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과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 이전 등을 주장하며 자치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온라인 화상을 통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 연합뉴스

친문이자 이낙연계인 최인호 의원도 “향후 대선 후보들은 현재의 정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 가능한 개헌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후보들 간의 토론을 통한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개헌론을 꺼내 들었다. 최 의원이 제시한 개헌안은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핵심이다. 차기 대선에서 선출되는 대통령과 국회가 개헌에 착수해 대선과 총선 시기가 일치하는 2032년에 개정헌법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중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더라도 그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있지만, 연임제는 연임에 실패하면 그다음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친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연구원은 지난 16일 ‘권력 안정과 민주적 통치를 실현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헌 방안’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개헌론 띄우기에 나섰다.

 

반면 여권 대권주자 ‘1강’인 이 지사는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경국대전을 고치는 일보다 국민들의 구휼이 훨씬 더 중요한 시기”라며 개헌 논의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 국민들의 민생이 매우 어렵고 방역 문제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지금은 방역과 민생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현재 여권 내 개헌 논의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개헌을 고리로 한 이 지사와 경쟁주자·친문 간 전선은 야당까지 동시에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행보 등 야권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선 국면을 앞두고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인 개헌 카드를 던져 반전을 꾀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다. 앞서 만 36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돌풍을 일으키자, 정치권에선 40세 이상으로 대통령 피선거권을 제한한 현행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대선 전 개헌론 띄우기가 정치권 전반과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안대 박창환 교수는 “개헌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도 다들 찬성하겠지만 언제,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라며 “현재 여권 대선주자 중에 일부가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은 판을 개헌으로 이슈를 선점하면서 바꾸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가 없다는 점에서 순수한 의도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더욱이 야당에서는 지금 소위 세대교체로 ‘이준석 바람’이 불고, 윤 전 총장 지지도도 높은 편인데 지금의 판 변화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이 지사 측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 윤 전 총장 등 야권 주자들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여권발 개헌론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명지대 신율 교수(정치학과)는 “대선 전 개헌 이야기는 매번 나왔던 얘기”라며 “당내 대선 경선 과정, 또 여야 대선 후보 결정 이후 열세인 쪽에서 개헌 이야기를 끄집어낸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유력 주자에 쏠린 이목을 자기 쪽으로 가져오려고 하는 목적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선을 겨냥한 이 같은 개헌론 주장은 결국 선거가 지나면 흐지부지될 것이란 설명이다.

 

신 교수는 “누군가 권력을 잡게 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런 변화 없이 넘어가는 반복적인 패턴”이라며 “실제로 개헌 필요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권력이란 칼자루를 쥐게 되면 결국 개헌 이전의 현재 상태가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교수도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관심은 세대교체, 정치권 전반의 교체에 대한 여론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권 선두가 아닌 다른 주자들이 이야기하는 개헌론에 관심을 보일까 싶다”며 “현실화되긴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혜진·이우중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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