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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침략 교두보·중정 자리에 남산예장공원·이회영 기념관 개장

입력 : 2021-06-10 03:10:00 수정 : 2021-06-10 00: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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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오세훈 시장 12년 만에 ‘르네상스 사업’ 완료
한국 역사 오롯이 녹아있는 곳
3950평 규모의 녹지공간 조성
이종걸·윤주경·吳시장 등 참석
기념관엔 후손 기증 유물 전시
서울시가 9일 중구 남산 예장자락에 있던 옛 중앙정보부 건물과 TBS교통방송 건물을 철거하고 1만3036㎡ 규모로 남산예장공원을 개장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009년 재임 당시 추진한 ‘남산르네상스 사업’의 마지막 프로젝트인 ‘남산예장공원’이 9일 정식 개장했다. 우리나라 근대사가 녹아든 이곳은 1만3036㎡ 규모의 녹지로 조성돼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하 공간에는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을 기념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남산예장공원은 남산의 △장충자락 △한남자락 △회현자락에 이은 네 번째 남산르네상스 사업이다. 2009년 발표한 남산르네상스 사업은 ‘회복’과 ‘소통’이라는 두 개의 큰 틀로 생태환경과 역사문화유산을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남산예장공원이 들어선 예장자락은 굴곡진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든 곳이다. 예장자락은 조선시대 군사들의 무예훈련장(예장)과 녹천정(남산 아래 정자), 주자소(조선시대 활자의 주조를 담당하던 관청) 등이 자리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 침략의 교두보 역할을 했던 통감부와 통감관저가 설치됐다. 1961년에는 중앙정보부가 들어서면서 시민들에게 공포스럽고 은밀한 공간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시는 남산의 자연경관을 가리고 있던 중앙정보부 6국 건물(서울시청 남산별관)과 TBS교통방송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3950평 규모의 녹지공간을 조성했다. 서울광장의 2배 규모다. 중정 자리에는 ‘기억6’이라는 공간을 조성했다. 오 시장은 “12년 전 남산도서관 앞에서 남산르네상스를 발표하던 순간이 기억난다”며 “예장자락은 복원할 게 많아서 늦어졌는데 녹지공간과 함께 역사성을 회복하는 남산르네상스의 화룡점정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공원 하부 지하공간에는 독립운동에 앞장선 우당 선생과 6형제를 기념하는 ‘이회영기념관’을 마련했다. 명동 일대 대토지를 소유한 대부호였던 이회영 가문은 1905년 을사늑약이 일어나자 신민회 조직에 참여해 간도에서 교육진흥운동을 벌였다. 경술국치(1910년) 전후해서는 6형제 모두가 가문의 전 재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이주해 독립운동기지인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했다. 신흥무관학교 졸업생들은 봉오동·청산리 전투 등 항일무장투쟁의 주축이 됐다.

이회영기념관은 후손이 기증한 유물 42점을 바탕으로 ‘난잎으로 칼을 얻다’라는 상설전시를 열고 있다. 이곳에는 난을 그려 독립운동 자금에 보탰던 이화영의 묵란(墨蘭)과 친필 편지봉투, 신흥무관학교 교관 및 학생들의 사진과 약력 등이 전시 중이다.

체코군단공동체로부터 서울시가 무상 대여한 당시 무기(소총, 권총)와 지도, 군복 등도 전시됐다. 독립군 연합부대는 1920년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던 체코군단으로부터 무기를 획득해 승리를 이끌었다. 이회영 후손인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전 국가정보원장)은 “봉오동·청산리 전투에는 홍범도, 김좌진 같은 장군들 외에도 뒤에서 조력한 인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공원 하부에는 지난 3월 조성된 ‘친환경 버스환승센터’가 위치해 남산과 명동을 보행공간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날 남산예장공원 개장식과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는 오세훈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봉길 의사 손녀인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이 참석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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