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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면’에서 ‘가석방’으로 넘어간 정치권… 차이는? [뉴스+]

입력 : 2021-06-07 22:00:00 수정 : 2021-06-07 17: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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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대통령 고유 권한… 가석방은 ‘행정처분’
일정 형기 채운 모범수 대상 법무장관이 결정
가석방 중 보호관찰·준수사항 위반 시 취소
이재용, 오는 8월 중 가석방 요건 채우게 돼
정의당 “사면이나 가석방이나 ‘재벌특혜’” 비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논의를 놓고 “꼭 사면으로 한정될 것이 아니고, 가석방으로도 풀 수 있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송 대표는 왜 사면 대신 가석방을 거론했을까. 대통령의 권한으로 형 집행을 면제하는 등의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모범수’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행정처분인 만큼,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여당 지지층의 반발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 대표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이 부회장이 구속돼서 활동을 못 하고 있고, 이 부회장이 나와야 투자도 되는 것 아니냐는 점”이라며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대통령이 아닌 법무부 장관의 권한에 속한다. 가석방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자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처분의 일종으로, 헌법으로 규정된 대통령 사면권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면은 대통령이 지정한 특정인에 대한 형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 선고의 효력 자체를 상실시키는 조치다.

 

형법은 유기형(기간이 정해져 있는 징역·금고형 등)을 선고받은 자의 경우, 형기의 3분의 1 이상 지난 모범수를 가석방 심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는 형기의 70∼80%를 복역한 자를 대상으로 가석방을 허가해 왔는데, 최근 법무부가 가석방 심사기준을 복역률 60% 수준으로 낮추기로 하면서 이 부회장도 오는 8월부터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 부회장은 앞서 징역 5년이 선고됐던 1심 직후 약 1년간 구속된 바 있어 현재까지 총 1년5개월가량 수감 생활을 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오는 8월 중 형기의 60%(30개월 중 18개월)를 채우게 된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문제와 코로나19 손실보상법, 남북한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면은 사면법에 따라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뉜다. 일반사면은 형 선고의 효력 자체가 상실되는 반면, 특별사면은 형 집행만 면제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형 선고의 효력까지 상실된다. 헌법은 일반사면을 위해선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통령 사면권 행사는 형의 집행만을 면제하는 특별사면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통상적으로 사면이 되면, 형의 선고 효력으로 인해 상실됐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하는 ‘복권’ 조치도 함께 이뤄진다. 이 부회장이 복권 조치될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에 따른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논란’도 사라질 전망이다. 특경가법은 5억원 이상의 횡령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범죄행위와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취업이 제한되는 기간은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멈추기로 확정된 날로부터 5년이다.

 

이 부회장이 특별사면과 함께 복권까지 된다면, 이 같은 취업제한 규정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 부회장 사면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지난 4월 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가 ‘반도체 위기론’ 등을 이유로 청와대에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공식 건의하면서 본격 촉발됐다. 지난 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4대 그룹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 사면 필요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고충을 이해한다”며 다소 완화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치권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네번째), 구광모 LG 그룹 회장(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대표와 간담회에서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내에서 사면 대신 가석방이 언급되는 건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에게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경우, 지지층에서 나올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석방 대상자는 형을 면제 받는 것은 아니며, 통상 가석방 기간 중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 만약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경우 등에는 가석방 처분이 취소될 수 있고, 가석방 기간 중 고의로 지은 죄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엔 가석방 효력이 사라진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풀려난다면 특경가법상 5년 취업제한에 걸려 원칙적으로는 경영 현장에 복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특경가법은 취업제한 대상자가 법무부에 취업 승인을 신청해 승인을 받은 경우엔 취업에 제한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 부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 가능성은 남아 있다.

 

여당은 송 대표가 언급한 가석방 관련 발언은 국익 손실 우려에 대한 공감대가 전제돼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석방이라는 용어가 나왔지만 (이 부회장) 사면 논의는 지금 우리가 처한 세계 경제 전쟁 현실 속에서 필요성 때문에 얘기되는 것이지 다른 차원에서 얘기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누차 기자회견에서도 말했듯이 사법정의와 형평성, 기타 국익을 감안해서 고려할 때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 대표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가석방과 관련해) 법의 정신을 실무에서 잘 따르지 못한 측면이 있다. 가석방 폭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다시피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원론적 답변밖에 드릴 수 없다. 당 대표가 말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대표단 회의에서 송 대표의 발언을 두고 “이재용 사면이나 가석방이나 재벌 특혜라는 점은 다를 게 없다”며 “촛불로 탄생한 거대여당에서 하는 말이기에는 너무나 염치가 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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