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성추행 사망 책임 통감” 공군총장 불명예 퇴진

입력 : 2021-06-04 21:00:00 수정 : 2021-06-04 18:07: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은폐·부실수사 의혹… 文, 즉각 수용
취임 8개월 만에 사퇴 ‘최단명 총장’
군검찰단, 공군본부 전격 압수수색
추가 성추행 관련자 신병 확보 예고

이성용(사진) 공군참모총장이 성추행 피해 공군 여성 부사관 이모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4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군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지 하루 만이자,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난달 22일 이후 13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 총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이 총장은 지난해 9월 23일 취임한 지 8개월여 만에 퇴진해 역대 최단명 공군참모총장이 됐다.

이 총장은 이날 오후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일련의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2021년 6월 4일부로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고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족분들께는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해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이 총장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며 “사표 수리와 관련한 절차는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이 입장문을 낸 지 80분 만에 ‘사의 수용’ 결정을 발표한 것이다.

이 총장의 퇴진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군 안팎에서는 공군 군사경찰 초동수사와 해당 부대의 관련 조치가 부실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것과 관련, 이 총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결정적 계기는 문 대통령의 언급이었다. 문 대통령은 3일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이 총장을 비롯한 공군 수뇌부 문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도 군 지휘부 경질을 촉구하며 압박하자 이 총장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모 공군 중사의 유가족이 영정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뉴스1

공군에서 사건을 이관받은 국방부 합동수사단은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 군사경찰단과 경기 성남시 제15특수임무비행단 군사경찰대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단은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압수수색을 통해 이 중사가 지난 3월 초 소속 부대인 제20전투비행단에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군사경찰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실수사 및 공군본부 보고 누락 의혹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 확보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1

15특수임무비행단은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에 전속한 부대다. 유족들은 15비행단 측이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자였음에도 보호하는 대신 일부 간부들이 ‘관심 병사’ 취급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단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의혹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조사본부도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성범죄수사대를 충남 서산시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에 투입했다. 조사본부는 공군 군사경찰의 초동수사 부실 의혹을 규명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공군 군사경찰 초동수사 관계를 면밀히 확인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2일 성추행 가해자인 20비행단 소속 장모 중사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구속한 검찰단은 이날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확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족 측이 이번 사건 외에 최소 두 차례 성추행 피해가 있었다며 전날 고소장을 제출한 것과 관련한 수사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