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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나종덕서 투수 나균안 ‘변신’… 포지션 모험으로 성공시대 열까 [송용준의 엑스트라 이닝]

입력 : 2021-06-03 20:22:27 수정 : 2021-06-03 20: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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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망주 ‘제 2의 야구인생’

이름까지 개명하고 투수로 전업
서튼 감독 제안… 1군 콜업 기회
지난 1일 키움戰 선발 첫승 감격
400타석 이상 타자 다섯번째 사례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는 2차 1순위, 전체 3순위로 마산 용마고 출신 포수 나종덕을 지명했다. 강민호 이후 안방을 책임질 선수가 필요했던 롯데는 야수로서는 적지 않은 1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그에게 안겼다.

강민호가 2018시즌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나종덕에게 기회는 빨리 왔다. 2018년 106경기, 2019년 104경기에 출전하며 주전 포수로 테스트받았지만 수비도 부족했고 공격 역시 2년 연속 타율 0.124에 그치며 아쉬운 모습이었다.

심기일전하며 2020시즌을 준비하던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왼손목을 다치는 시련을 맞았다. 재활을 마치고 복귀했을 때 2군 사령탑이었던 래리 서튼 감독으로부터 투수 제안을 받았다. 고민 끝에 투수에 도전했던 그는 확신이 없었기에 투수와 포수를 겸업했다.

이내 결심이 섰다. 그해 6월 나종덕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나균안으로 개명했다. 개간할 균(畇), 기러기 안(雁). ‘노력한 만큼 높이 올라가는 사람이 된다’는 뜻을 담았다. 옛 이름과 함께 익숙했던 포수 마스크와도 작별했다. 7월부터 투수 전업을 선언한 것이다.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부모님은 포수 포기가 못내 아쉬운 눈치였다.

그래도 그는 2군에서 투수로 적응하고 있었다. 고교 시절부터 투수 경험이 전무했던 나균안은 구속을 끌어올려야 했고 다양한 변화구도 익혀야 했다. 여기에 견제, 슬라이드 스텝(주자가 나갔을 때 투구 동작을 빠르게 하는 것) 등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

2020년 말에는 결혼도 했다. 올해로 만 23세가 되는 젊은 나이지만 가장이 된 그는 더욱 이를 악물었고 드디어 지난 5월2일 1군에 콜업됐다. 하지만 당시 허문회 감독은 기존 선수들을 중용했기에 나균안은 그저 불펜 투수로 가능성을 점검받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투수를 권했던 서튼 감독이 1군 지휘봉을 잡으면서 상황이 변했다. 서튼 감독이 나균안에게 선발 투수로서의 기회를 준 것이다.

그리고 나균안은 두 번째 찾아온 기회에서는 자신을 보여줬다. 자신의 1군 무대 7번째 등판이자 선발 3번째 출격이었던 지난 1일 키움전에서 6.2이닝 무실점 역투로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로써 나균안은 김정수, 김재박, 심재학, 권준헌에 이어 KBO리그에서 400타석 이상 타자로 나섰던 선수가 투수로 변신해 승리한 다섯 번째 선수가 됐다. 특히 2001년 권준헌 이후 20년 만이기도 하다. 앞선 이들 중 김재박은 투수가 고갈된 상황에서 급히 마운드에 오른 단 1경기에서 승리한 독특한 사례이고 나머지는 투타 겸업 내지는 전업했던 경우다.

미천한 경험과 많지 않은 준비 시간에도 나균안은 최고구속을 시속 146㎞까지 끌어올렸고 체인지업, 슬라이더, 싱커 등 다양한 변화구를 장착하는 등 그동안의 노력이 느껴진다. 이제 새 이름처럼 날개를 달고 비상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그의 다음 등판을 지켜볼 생각이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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