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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저효과’라지만… 인플레 경고음 커진다

입력 : 2021-05-06 06:00:00 수정 : 2021-05-05 21: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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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물가상승 우려 확산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불안요소
파·고춧가루 등 농산물 17.9% 급등
정부 “코로나 기저효과로 일시적”
전문가 “경기 회복땐 급등 가능성”
한은, 금리인상 압박 갈수록 커져
지난 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온 시민이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채소류를 바라보고 있다. 5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107.39)는 지난해 동기 대비 2.3% 올랐고, 이는 2017년 8월(2.5%)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뉴스1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덩달아 소비자·생산자 물가 역시 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되면서 억눌렸던 ‘보복소비’까지 더해지면 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최근 물가상승이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지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결과인 만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받는 금리 인상 압박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5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107.39)는 지난해 동기 대비 2.3% 올랐다. 이는 2017년 8월(2.5%)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파(270%), 사과(51.6%), 고춧가루(35.2%) 등 농산물이 17.9% 급등했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13.4%)도 뛰었다.

앞서 지난 3월 생산자물가지수(106.85)도 2월보다 0.9%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물가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유가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1분기 배럴당 30달러대였던 유가는 현재 6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유가의 기여도가 0.5%포인트에 이른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뿐 아니라 재화의 원료가 되는 목재와 구리, 펄프, 고무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계속 치솟는 것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최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건축자재인 목재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75%나 가격이 뛰었고, 구리 선물 가격의 상승률도 70%대에 이른다.

정부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한창이던 전년 동기를 기준으로 한 만큼 ‘기저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외식 등 서비스 물가가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저효과와 아직 부족한 수요 등을 감안하면 2%를 넘어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일시적’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유가·원자재·곡물가격 강세에 더해 ‘펜트업(지연·보복) 소비’까지 더해지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만약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를 넘으면 이는 2012년(2.2%) 이후 9년 만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원자재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고 있어 당분간 2%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상승 등이) 결국 공업제품, 서비스 가격 등에 반영되면서 물가상승세가 더 빨라질 수도 있고, 경기 회복과 함께 수요 회복 요인까지 더해지면 물가가 ‘부스팅(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주 실장은 그러면서 “최근 우리가 올해 물가상승률을 1.7%로 전망했는데, 그때 생각하지 못한 물가상승 요인들도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가 인상, 농수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실제 수치상 물가보다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더 높다”며 “코로나가 진정되고 보복소비가 일어나 수요 측이 견인하는 물가 압력까지 더해지면 그때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끝나면 수요가 더 늘면서 물가가 더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업체 앞에서 시민이 매물 전단을 보고 있다. 뉴시스

심상치 않은 물가 움직임에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지난해 3월 16일 ‘빅컷’(1.25%→0.75%)과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린 이후 7차례의 금통위 회의에서 계속 금리를 동결했다. 이처럼 1년 가까이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면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고, 이 풍부한 유동성이 결국 물가 상승의 연료가 되고 있다.

2월 현재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274조원에 이르는데,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2019년의 연간 평균 2810조원보다 464조원이나 불어난 상태다.

한은의 고민을 반영하듯, 지난달 1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물가에 대한 걱정을 내비친 위원들이 부쩍 늘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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