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힘든 다인실…감염병 확산 키워

서울 노인요양시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률이 전국 평균의 5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는 요양시설 종사자로부터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돼 집단감염으로 번졌다.
5일 서울연구원이 펴낸 ‘서울시 노인요양시설의 코로나19 감염실태와 과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서울 노인요양시설 205개소 중 13개소(6.3%)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국 노인요양시설로 보면 3959개소 중 46개소(1.3%)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서울 노인요양시설의 코로나19 발생률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서울의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종사자 65명, 입소자 120명 등 총 18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들 중 92%는 종사자로 인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았다. 확진자가 발생한 13개소 중 9개소는 2명 이상 연쇄감염으로 번졌다. 이 중 3곳은 31명 이상 확진자가 나왔다.
서울 노인요양시설의 코로나19 감염은 서울의 일일 확진자 수가 300명에 달했던 지난해 12월 3차 유행 시기에 집중됐다.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노인요양시설은 8개로 이 중 4개 시설은 20명 이상의 집단감염으로 확산했다.
노인요양시설은 특히 코로나19에 취약하다. 이용층이 대부분 노인이고 기저질환자가 많아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사망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월4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981명 중 노인요양시설 내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05명(10.7%)에 달했다. 서울시의 경우 당시 코로나19 사망자 중 26.42%가 병원 및 요양시설 관련 사망자였다.
연구원은 그동안 노인요양시설의 코로나19 대응체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노인요양시설 담당 부서인 어르신복지과는 민간위탁관리, 운영보조금 지급 등 행정업무가 주 업무로 지난해 감염병 업무가 갑자기 추가되면서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 방역정책은 주로 서울시로부터 자치구, 노인요양시설로 전달돼 요양시설 현장의 어려움이 제대로 소통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다인실 구조도 감염병 확산을 키웠다. 연구원은 “코호트 격리 조치에 따라 입소 노인의 귀가 조치 혹은 격리 등 과정에서 방문요양보호사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인력이 매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노인요양시설 모니터링도 서류 점검 등 형식적으로 진행돼 실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연구원은 서울시 차원의 감염병 대응체계 확립과 중앙정부의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서울시는 좋은돌봄 인증제도 등을 활용한 간호사 배치 지원과 감염병 예방 교육의 제도화를 통해 종사자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사회 기관 및 사회서비스원 등과 협력을 통한 방문요양인력 확충 및 지원, 감염병 커뮤니케이션 체계 확립 등을 통해 감염병 대응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