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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이 판매된 펀드… 옵티머스 사기 사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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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05 09:00:00 수정 : 2021-05-05 09: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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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매출 채권 투자 속임수… 부실 기업 사모사채 사들여 수천억원 피해
옵티머스 사건 핵심 피의자들 1심 판단 오는 7월에 나와

4일 특정경제범죄 법률 위반 혐의 김재현 대표 공판
옵티머스 핵심 피의자들 ‘커버 시나리오’ 작성하기도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핵심 피의자의 입에서 “매출채권 계약서가 관계기관에 단 한 번도 제공된 사실이 없다”는 증언이 나왔다. 옵티머스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안전한 공공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은 뒤, 실제로는 부실 기업 사모사채 등을 사들여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냈다. 공공 매출채권을 빌미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개인·기관으로부터 끌어모으는 내내 펀드의 실체가 없었던 셈이다. 그 과정에서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사 어느 한 곳도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다. 옵티머스 사건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1심 판단은 오는 7월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허선아)는 전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 등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선 김 대표와 함께 기소돼 있는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윤석호 이사는 변호사로, 옵티머스 내에서 법률자문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 윤 이사의 고백 “매출채권이 없어도 매출채권 펀드가 만들어지는구나”

 

윤 이사는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옵티머스 펀드의 ‘허위성’을 정확히 인식한 때에 대해 진술했다. 시기는 펀드 환매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지난해 5월이다.

 

“제가 매출채권을 구해보려고 유현권(스킨앤스킨 고문)이나 박모씨에게 부탁해서 어떻게든 계약서까지 받아왔는데 그게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펀드가 개설되고, 돈까지 받아왔습니다. 그때 ‘매출채권이 없어도 매출채권 펀드가 만들어지는구나’하면서 기록을 쭉 봤습니다. 기록을 보면 이 사건에서 매출채권계약서, 특히 옵티머스가 양수인인 계약서는 단 한 번도 어떤 관계기관에 제공된 사실 자체가 없습니다.”

 

윤 이사의 이 같은 증언은 옵티머스가 ‘매출채권’을 내걸고 펀드 자금을 모집했지만, 실제로 매출채권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검찰 조사 결과를 뒷받침해준다. 윤 이사는 이어 “최초에 증권사와 협의해서 판매 개설을 할 땐 김 대표가 샘플을 보여준 것 같다”며 “그 이후엔 판매사에 계약서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수탁사에도, 예탁결제원(사무관리사)에도 계약서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옵티머스자산운용 경영진의 펀드 사기 사건에 연루된 화장품업체 스킨앤스킨 이모 대표가 지난해 10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옵티머스 펀드 판매하러 함께 간 금융감독원 간부

 

옵티머스가 2년이 넘는 시기동안 대담한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데엔 여러 조력자들의 도움이 있었다. 지난해 공개된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옵티머스 고문단으로 활동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외에도 옵티머스 사건을 따라가다보면 국내 금융사들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국장급 인물이 등장한다.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은 옵티머스로부터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올해 초 기소됐는데, 이날 재판엔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하러 다닐 때 윤 전 국장도 함께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윤 이사의 이날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윤 이사는 2018년 4월 펀드 판매를 위해 군인공제회를 방문할 당시 윤 전 국장과 함께 했다. 윤 이사는 “군인공제회를 저와 윤 전 국장이 함께 갔다”며 “군인공제회에서 ‘수익률이 너무 낮다. 판매가 안 될 것이다’라고 했고, 윤 전 국장은 ‘다음부터 김 대표를 데리고 오면 좋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7월 옵티머스 펀드 NH투자증권 피해자들이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서 '사기판매'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 “‘시나리오’는 국내 대형 로펌 작품”

 

옵티머스 핵심 피의자들은 펀드 사기가 들통날 조짐이 보이자 지난해 ‘커버 시나리오’를 작성하기도 했다. 해당 시나리오엔 김 대표 대신 윤 이사가 옵티머스 펀드 운용을 전담해 사기를 주도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뒤 시간을 벌어 그 사이 피해액을 메꾼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윤 이사는 이에 대해 “김 대표가 부산 우암 뉴스테이사업, 곤지암 봉현물류단지 사업 등을 말하면서 제가 3개월 정도만 (시간을) 끌어주면 전부 다 정리가 가능하다고 계속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윤 이사는 시나리오가 국내 대형 로펌의 자문 내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이사는 “(김 대표가) 국내 대형 로펌 자문을 받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윤 이사가 언급한 로펌은 금감원 수석조사역 출신인 변모씨가 근무 중인 로펌으로 변씨는 옵티머스를 검사하는 금감원 직원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봐달라”고 요청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 옵티머스 로비스트 보호해준 김재현 대표

 

이날 증인신문 중엔 옵티머스 로비스트 중 한 명인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도 언급됐다. 김 대표가 정 전 대표에 대해 “절대로 드러나면 안 된다고 했다”는 윤 이사 증언을 통해서다. 정 전 대표는 옵티머스가 적자에 허덕이던 2017년 6월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에 투자하도록 도와준 인물이다. 옵티머스는 이후 약 9개월간 전파진흥원으로부터 1060억원을 투자받으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정 전 대표가) 절대로 드러나면 안 된다”는 김 대표의 발언은 옵티머스 사건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유현권 스킨앤스킨 고문이 성지건설 횡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을 때 나왔다. 성지건설은 옵티머스의 먹잇감이 된 회사 중 하나다.

 

윤 이사는 유 고문이 구속돼 재판을 받을 당시 3∼4번 정도 유 고문을 접견했는데, 당시 유 고문은 윤 이사에게 “정 전 대표를 재판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에 윤 이사는 ‘정 전 대표가 이 사건에서 주로 나쁜 짓을 한 것 같으니 그를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김 대표에게 보고했는데, 김 대표가 이때 “정 전 대표는 절대로 드러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는 이제 형님(김재현)이 안 터지려면 정 전 대표를 반드시 증인신문해야 한다고…. 그 당시 제 인식으로는 유 고문이 정 전 대표가 했다고 계속 이야기하니까 정 전 대표 증인신문으로 (사건의) 실체를 밝혀서 형님의 무관함을 입증해야 할 것 같다고 보고서를 썼죠. 그랬더니 ‘정 전 대표는 절대로 드러나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너도 앞으로 입조심해라. 정 전 대표에 대해서는 너도 함구하고, 정 전 대표 증인신문은 절대 안 되도록 유 고문에게 조치하라’고 (김 대표가) 이야기했습니다.”

 

얽히고설킨 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1심 판단은 오는 7월 중 나올 예정이다. 이날 재판부는 “아무리 늦어도 다음달 8일에 변론을 종결하는 것으로 예정하시면 될 것 같다”고 안내했다. 다음 공판기일엔 유 고문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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