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살 난 딸을 학대하고 밥도 주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계부와 친모가 첫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20대 계부는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고, 20대 친모는 갓 출산한 아기를 안고 법정에 섰다.
4일 오전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이규훈)는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유기방임),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부 A(27)씨와 친모 B(28)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 측은 이날 “학대와 유기 및 방임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학대 행위와 사망간의 인과관계가 없고,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B씨 측 변호인은 A씨와 비슷한 주장을 하면서도, B씨가 구속기간 중 출산을 해 기록 검토가 늦어졌다며 다음 기일에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앞서 B씨는 수감 중 ‘조기 출산’ 소견을 받고 3월30일 풀려났다가 아기를 출산한 후 이달 3일 재수감됐다. 그는 이날 법정에 아기를 안은 채 출석해 재판을 받았다.
A씨와 B씨 부부는 지난 2018년 1월 말부터 올해 3월2일까지 인천시 중구 운남동의 주거지에서 딸 C(8)양이 대소변 실수 등을 한다는 이유로 총 35차례에 걸쳐 폭력을 휘두르고,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심각한 영양결핍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3월2일 당일 “딸(C양)이 숨을 쉬지 않는다”라며 119 신고 전화를 했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C양은 턱에 열상과 이마와 다리에 멍이 든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대원들은 응급처치를 하며 C양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C양은 결국 숨졌다.
경찰은 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사인 미상이나 위 속에 음식물이 전혀 없었다”는 1차 부검 소견을 전달받았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B씨는 C양이 사망하기 이틀 전 옷을 입은 채 거실에서 소변을 보자 속옷까지 모두 벗긴 채 찬물로 샤워를 시켰고 2시간 동안 물기를 닦아주지 않고 방치했다.
당시 A씨는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C양을 보고도 아들 D(9)군과 거실에서 모바일 게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A씨 부부는 C양이 골종양을, 오빠인 D군은 폐질환을 앓고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C양이 골종양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다는 그 어떤 병원 기록도 찾을 수 없었다.
부모가 D군이 앓았다고 주장한 폐질환 역시 관련 병원 치료나 진단 기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A씨와 B씨는 검거 당시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끝에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 행위로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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