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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총장, 코로나19로 외출마저 막힌 신임 장교에 "애인 다른 사람 만날 것" 훈시 논란

입력 : 2021-05-05 07:00:00 수정 : 2021-05-05 09: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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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신 육군참모총장 "신임장교의 경직된 마음을 다독이며, 긴장감 풀어주기 위해 친구를 예로 든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 언급됐다" / "현장에서 교육받는 신임장교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린다" / 긴장감 풀어주기 위한 '농담성 발언'이었다는 취지의 해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과잉방역과 부실급식 사태의 한 가운데 있는 육군 수장이 외출마저 막힌 채 훈련을 받던 신임 장교들에게 '실언'을 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지난달 21일 전남 장성 육군 상무대를 찾아 갓 임관한 포병 장교 교육생의 야외 훈련을 참관한 뒤 10여분 간 훈시를 했다.

 

당시 신임 장교들은 초급간부 지휘참모과정의 일환으로 상무대 예하 포병학교에서 교육을 받던 중이었으며, 약 200여명이 집합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상시 같으면 장교들은 주말에 외출·외박 등이 허용되지만, 당시 이들은 코로나19 방역조치로 두 달 가까이 외출과 외박이 통제된 상황이었다.

 

이에 남 총장도 장교들에게 "3월부터 외출·외박을 못 나간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수료하고 6월에 자대 가기 전에 잠깐이라도 휴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문제의 발언은 마지막에 나왔다.

 

남 총장은 "(장교들 중) 여자친구, 남자친구 있는 소위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런데 여러분들 여기서 못 나가고 있을 때 여러분들 여자친구, 남자친구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을 거다"라고 한 뒤 훈시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연합뉴스에 "아무런 맥락도 없이 갑자기 '막말'을 하고 수고하라며 훈시를 끝내고 바로 퇴장했다"며 "처음에는 모두 말 그대로 귀를 의심했고, 훈시가 끝난 뒤 분노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제보자는 "외출·외박도 나가지 못하고 열심히 훈련받던 교육생들에게 상당히 모욕적인 말"이라며 "신상이 노출될까 봐 두렵지만 군 장성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잘못된 성 인식과 언행을 조금이나마 고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용기를 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남 총장은 연합뉴스 보도 직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낸 사과문에서 "신임장교들의 경직된 마음을 다독이며,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친구를 예로 든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 언급됐다"고 시인했다.

 

이어 "현장에서 교육받고 있는 신임장교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한 '농담성 발언'이었다는 취지의 해명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성인지 감수성이 뒤떨어지는 발언일 뿐만 아니라, 군 당국의 강도 높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장병들이 장기간 불편함과 고충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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