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은미희의동행] 그 많던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관련이슈 은미희의 동행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1-05-04 23:10:44 수정 : 2021-05-04 23:10: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아파트 주변에서 보이던 그 많은 길고양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작년과 올해 고양이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바깥출입을 자제한 탓도 있지만 그래도 산책길이나 불가피한 외출에 마주칠 만도 한데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아파트 주변으로 잘 가꾸어진 숲과 공원이 있다 보니,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고양이들이 꽤 많았다. 새끼를 가졌는지 부른 배를 하고 느릿느릿 길을 가로질러가는 고양이도 있었고, 새끼를 거느리고 가는 고양이도 있었고, 날렵한 몸을 지닌 어린 고양이도 있었다. 색깔과 무늬도 제각각이었다. 그 고양이들은 먹이를 찾고 물을 마시러 밤이면 아파트로 원정을 나왔다. 물론 낮에도 심심치 않게 고양이들을 볼 수 있었다.

언젠가 하루는 조카가 외출했다 들어오더니 아파트 안에서 마주친 고양이가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을 따라왔다며 신이 났다. 조카는 고양이가 저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싫지 않았는지, 먹을 것을 챙겨 그 고양이가 있던 자리로 나갔다. 한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시무룩한 표정으로 들어오더니 고양이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조카의 손에는 먹이가 그대로 들려 있었다. 그 고양이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는지, 조카는 밤에 물과 먹이를 들고 나가 고양이가 자주 나타나는 길목에 놓아두었다.

다음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주의방송을 했다. 하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 모래에서는 간혹 고양이 배설물들이 발견됐고, 그런 까닭에 종종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방송을 했었다. 당연히 조카는 자신이 놓아둔 먹이를 보고 하는 방송이라며 잔뜩 풀이 죽었다.

고양이는 영리한 동물이라 먹을 것을 주면 나중에 친구들을 데리고 온다고 한다.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선배 소설가 한분이 있었다. 그 선배는 투병 중이었고,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불구하고 한 달 쓸 수 있는 생활비의 절반 가까이를 고양이의 사료를 사는 데 지출했다. 옆에서 보는 우리는 그걸로 선배의 부실한 영양상태를 보충하는 데 썼으면 했지만 일찌감치 혼자가 된 선배에게 그 고양이들은 가족이었고, 그들한테서 큰 위안을 얻기에 적극적으로 만류할 수 없었다. 그 선배가 그랬다. 처음에는 한 마리로 시작했다고. 한데 그 한 마리가 친구들을 데리고 오더니, 그렇게 수십 마리나 됐다고 했다.

어쨌든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고양이들도 생존을 위해 정보를 나누고 함께 도우며 살아간다. 사람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선배의 보살핌으로 대책없이 늘어난 그 고양이들을 싫어하는 이웃들도 있었다. 요즘처럼 인수감염의 바이러스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시절에는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건강을 지키면서 살아 있는 생명에 측은지심을 가지는 일, 그 공생의 조화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정말, 그 많던 고양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은미희 작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