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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외인도 공매도 상환 기간 설정해 달라”…개인 투자자 분노의 靑 청원

입력 : 2021-05-04 14:20:03 수정 : 2021-05-04 14: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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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은 개인에게 불합리한 기울어진 운동장…1년이라도 설정하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금융당국의 공매도(空賣渡) 부분 재개 첫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기관 투자자에게도 공매도 상환 기간을 설정해 달라’는 청원글에 누리꾼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보통 주식 투자가 향후 상승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면, 공매도 투자는 주가가 하락할 종목을 잘 골라야 이익을 본다는 차이가 있다. 공매도 가능 종목은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편입기업으로 제한된다.

 

청원인 A씨는 지난 3일 ‘증권시장에서 개인이 아닌 기관에게도 공매도 상환 기간을 설정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부가 관련 제도를 일부 개선했음에도 증권시장은 개인에게 불합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기에 제도 개선을 청원한다”고 운을 뗐다.

 

A씨는 “공매도가 가격발견 등 순기능이 있어 제도 유지에 동의한다”면서도 “개인은 주식 차입 시 수개월 이내에 무조건 되갚아야 하지만,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주식을 차입해도 상환 기간의 제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부분 재개 첫날인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됐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66포인트(0.66%) 내린 3,127.20,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1.64포인트(2.20%) 내린 961.81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한 주식을 60일 내 갚아야 하지만,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상호 간 합의에 따라 공매도 기한을 설정할 수 있고, 연장도 가능해서 사실상 무기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에 A씨는 “특정 주식 공매도 후 가격이 올라 투자가 실패해도, 수년 후 경제위기가 와서 주식 가격이 폭락할 때까지 (기관과 외국인은) 갚지 않고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제도의 불균형이 국내 대기업의 실질적 가치 발견에 악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내 우량 기업의 주가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청원에 담겼는데, 이는 관련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다른 개인 투자자들의 생각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다만, A씨는 “개인 투자자와 똑같은 상환 기간을 정해 달라는 건 아니다”라며 “1년 정도의 상환기간만 설정해도,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 실행 시 훨씬 신중해질 것이고, 주식시장도 더 성숙한 자본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원은 4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2만1000여명이 서명했다.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근절 간담회에서 송준상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과 준법감시협의회 집행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개인 투자자들이 모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도 지난 2일 성명에서 기관·외국인 투자자에 대해서도 공매도 의무 상환 기한을 60일로 통일하라고 촉구했다. 한투연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기한으로 연장이 가능하다”며 “꼼수를 막기 위해 상환 후 동일 종목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공매도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행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담보 비율은 겨우 105%로 개인 신용의 140% 수준과 무려 8배나 차이가 난다”며 “금융위는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증거금을 140% 수준으로 적용하라”고도 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첫날인 지난 3일의 주식시장 공매도 거래 규모는 약 1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거래 대금은 8140억원에 공매도 거래량은 1854만5154주이며, 투자자별 거래 대금은 외국인 투자자가 738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관 투자자 636억원 ▲개인 투자자 132억원 순이었다.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거래 대금은 2790억원에 공매도 거래량은 968만3989주로, 투자자별 거래 대금은 ▲외국인 투자자 2176억원 ▲기관 투자자 565억원 ▲개인 투자자 49억원으로 조사됐다.

 

두 시장을 합한 일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1조931억원이며, 이중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대금이 9559억원으로 87%를 차지했다.

 

전반적인 하루 공매도 거래 규모는 공매도 금지 이전보다 커졌다.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은 2019년 일평균 4207억원보다 약 2.6배로(159.8%) 증가했고, 지난해 3월 공매도 금지 직전 10거래일의 일평균인 8610억원과 비교해도 27.0%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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