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의 중심은 외교”라면서 북한에 ‘외교적 관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표한 북한에 공을 넘기면서도 당분간 북한의 ‘말’과 ‘행동’을 지켜볼 것이라고 압박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 새 대북정책은 외교에 중점을 둔 매우 분명한 정책”이라며 “이를 토대로 관여할지 안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과 한 화상 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이 외교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기를 바란다”면서도 “미국은 앞으로 수일이나 수개월간 북한의 말뿐만 아니라 실제 행동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100일 만인 지난달 30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을 통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북정책을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잇단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에 반감을 표시하며 도발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황에서 나왔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이 외교적 해법을 제시한 바이든 행정부에 호응해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우리는 두 측면에서 매우 신중하게 검토했다”며 대북정책 검토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먼저 이 문제가 매우 어렵다는 것, 그리고 과거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를 거치면서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접근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역사를 돌아보며 무엇이 효과가 있었고 무엇이 효과가 없었는지 감안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효과적인 정책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숙고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두번째로 이해관계가 매우 분명한 한국, 일본 등 동맹을 시작으로 관련국 모두와 활발히 상의하면서 신중한 검토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정책은 면밀히 계산된 실용적인 접근방식을 추구하며 이는 실질적인 외교를 이뤄내기 위한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그런 외교를 탐색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를 통해 미국과 동맹, 해외 주둔 미군의 안보를 강화할 것이며 이를 추진하면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여러 동맹국, 협력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하고 상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외교에 방점을 찍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측면 지원하겠다면서도 한반도의 군사대비태세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 대북정책으로 국방부의 대응 또는 대비태세에 변화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북한의 위협이 한반도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어서 정부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안보 강화, 역내 동맹과 파트너십 강화 및 재활성화에 전념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것(북한 위협)은 동맹과 파트너, 미국민의 안전·안보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구체적인 정책 이행에 대해선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에 문의하라면서도 “우리는 외교적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으로부터 그 지역을 더 안전하게 만들고자 평화적인 정치적·외교적 선택을 추구하는 국무부를 지지한다”며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지원활동이 무엇이든 국방부는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비 대변인은 아울러 “우리는 또한 한국과의 동맹 하에서 ‘파잇 투나잇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ready to fight tonight)는 구호가 얘기하듯 매우 중요한 동맹 과제를 갖고 있고, 그런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대비태세 유지로 외교 중심의 대북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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