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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제 식구 감싸기 막는 취지”… 檢 “근거 없는 권한”

입력 : 2021-05-04 06:01:00 수정 : 2021-05-04 00: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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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후 재이첩’ 명문화 갈등 예고

공소제기 판단 위해 재이첩 요청
꼭 응해야 한단 강제 문구는 없어
경찰, 판·검사 영장 공수처에 신청

이첩 요청권 등 檢 반발 내용 많아

“품격있고 절제된 선진 수사 제도를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며 공정한 수사를 실천할 토대가 마련됐다.”

4일 관보에 게재된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에 대한 공수처 관계자의 자평이다. 공수처는 향후 규칙 해석과 적용에 혼선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검경 등 수사기관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추가 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검찰을 중심으로 공수처 규칙에 반발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 적잖아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조건부 이첩’과 관련해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에 검사·판사·경무관 이상 고위경찰관 사건을 이첩할 때 ‘공수처가 추가 수사 및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수사 완료 후 이첩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자는 차원이다. 다만 공수처는 검찰의 반발을 고려해 ‘이첩 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등 조건부 이첩을 강제하는 문구는 담지 않았다. 공수처가 수사 여력이 없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우려가 매우 높은 사건에만 조건부 이첩을 행사하기로 했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에서 규정한 ‘이첩 요청권’의 경우, 다른 기관이 맡은 사건의 수사 진행 정도와 수사 기간, 사건의 중대성, 공정성 논란, 공소시효 만료 임박 여부 등을 기준으로 삼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23조 1항). 공수처장이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공수처 수사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다른 수사기관에 ‘14일 이내’에 이첩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규칙 26조에서는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수사를 중지하고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며 검찰을 압박할 수 있는 단서를 명시했다.

또 경찰이 판·검사를 수사할 경우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위한 영장은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 신청하도록 했다. 대통령·국회의원 등 공수처가 수사권을 보유하지만,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를 종료하면 기소여부 의견을 달아 서울중앙지검에 사건 기록 등을 송부하도록 했다.

이밖에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서 규정하지 않은 공수처 업무에 대해서는 ‘검찰사건사무규칙’을 따르도록 했다.

하지만 조건부 이첩이나 이첩 요청권 행사 기준 등 검찰이 반발하는 내용이 많아 두 기관 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검경 실무 책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가동해 사건사무규칙에 대한 혼선을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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