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접종 현장상황 안이하게 봐”
위탁의료기관 1만3000여개 가동
한달 남짓 기간 996만여명 접종
27일부터 65∼74세 접종 시작
文 “2022년엔 국산 백신 쓰도록 총력”
'韓 백신 글로벌 허브’ 구체화도 주문

정부가 상반기 1200만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1300만명으로 목표를 상향조정했다. 상반기 백신 공급 물량이 예정보다 많아지면서 접종대상도 확대했다. 그러나 이달 중순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되기 전까지 당장의 ‘백신 보릿고개’는 피할 수 없다. 상반기 접종 목표 달성도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이 1, 2차 접종 일정에 맞게 제때 들어오느냐가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지금처럼 시기별 백신 도입 물량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상반기 1200만명 접종 목표를 1300만명으로 상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며 “백신 도입과 접종은 당초 계획 이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만 65∼74세 494만3000명과 만성중증호흡기질환자 1만2000명은 오는 27일, 60∼65세 400만3000명과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1·2학년 교사 36만4000명은 다음달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로 했다.
30세 미만 사회필수인력 19만1000명과 군장병 45만2000명은 다음달 화이자를 맞는다. 요양병원 등 이미 백신 접종이 시작된 대상자들을 합치면 상반기 접종 대상자는 1616만7500여명에 이른다.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백신 물량은 기존 1809만회분에서 1832만회분으로 늘어났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오는 14일부터 6월 첫째주까지 총 723만회분이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당초 700만회분에서 23만회분이 증가했다. 화이자 백신은 5∼6월에 걸쳐 500만회분이 공급된다. 이 외에도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아스트라제네카 167만회분과 화이자 29만7000회분이 상반기 공급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상반기 접종 목표는 물론, 11월 중 집단면역 목표도 앞당길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불안감을 가지지 않도록 백신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알리고,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바로잡는 노력을 강화해 주기 바란다”고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국내 코로나19 백신 공급 차질에 대한 국내의 과도한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백신 수급과 접종 현장 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5월 초 접종을 기대했던 대상자들의 예방접종 일정은 변경이 불가피하다.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에 도입된 화이자 백신 중 잔여 물량은 52만9000회분이다. 5월 셋째주까지는 1차 신규 접종보다는 2차 접종 중심으로 진행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5만8380회분이 남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대상자인 사회필수인력, 만성신질환자 접종은 8일까지만 진행된 뒤 27일 재개된다.

◆5~6월 AZ·화이자 1420만회분 도입 밝혔지만… 불안감 여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상반기 1300만명 접종 달성을 위해서는 5월 말∼6월 초 1000만명에 가까운 인원을 집중 접종해야 한다. 원활한 백신 수급과 1, 2차 접종 일정, 위탁의료기관 운영이 필수다. 백신 접종과 함께 백신 주권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상반기 총 1832만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이 들어온다. 412만회분은 이미 공급됐고, 5∼6월에 1420만회분이 들어온다. 화이자 500만명분은 주별로 일정 물량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23만회분은 5월14일부터 6월 초 사이에 대량 공급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백신 수급을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는 등 최근 불거진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애썼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인구 두 배 분량의 백신을 이미 확보했고 4월 말까지 300만명 접종 목표를 10% 이상 초과 달성하는 등 접종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5월에도 화이자 백신은 주 단위로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물량이 앞당겨 들어온다”고 말했다.
정부는 백신 도입 일정에 따라 오는 27일부터 65∼74세를 시작으로, 60∼64세,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1·2학년 교사 등의 접종을 상반기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인원은 약 996만5000명이다.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모두 접종해야 한다.

전체 백신 물량은 접종 대상자보다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자는 436만8000명, 확보물량은 741만4000명이다. 3주간의 2차 접종 기간을 고려하면 물량에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2차 접종분을 고려해 차질없이 물량을 배분해야 한다.
1, 2차 접종 일정의 공개도 중요하다.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수는 1, 2차 접종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나, 화이자 1차 접종 신규 예약이 중단되고 나서야 실제는 1차 접종 집중 시기, 2차 접종 집중 시기가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전에 상세하게 안내하지 못한 점이 송구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257개인 전국 예방접종센터를 5월 중 277개로 늘리고, 5월 말 65세 이상 접종 시작에 맞춰 1만3000여개 위탁의료기관을 가동해 동시에 접종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예약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 콜센터를 통한 전화 예약을 운영하고,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돕기로 했다. 또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잔여 백신이 발생한 경우 사전에 동의한 희망자가 알림을 통해 접종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백신 글로벌 허브’ 구상을 구체화하고, 전폭적인 기업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정부 부처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백신 생산의 최적지로서 글로벌 허브 국가가 된다면 국내 공급은 물론 아시아 등 전 세계 백신 공급지로서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그 목표를 위해 민·관이 적극 협력해 행정적·외교적 지원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1차 때에 참석하지 않았던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안도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 최종문 외교부 제2차관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확보를 위한 전 세계적인 무한경쟁 속에서, 백신 주권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며 “개발비용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국산 제품들에 과감하게 지원하는 등 내년에는 우리 기업이 개발한 국산 백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국산 백신 조기 확보를 위해 하반기 임상시험 3상 진입을 목표로 하는 제약사에 대해 ‘비교 임상 방식’ 도입을 지원키로 했다.
◆경기 이어 전북서 AZ 맞은 경찰관 중태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어 전북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중태에 빠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3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김제경찰서 한 지구대에 근무 중인 A(55) 경감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은 지 사흘 만인 지난 1일 반신 마비 증세가 나타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경감은 지난달 28일 동료 직원들과 함께 AZ 백신을 접종 받았고 이틀 뒤 갑자기 오한 등 몸살 기운이 나타났다. 다음날인 지난 1일에는 지인들과 점심을 먹은 뒤 갑작스레 오른손과 다리에 마비 증세를 보여 원광대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좌뇌측 미세혈관이 막혀 있는 사실이 확인됐고 혈전용해 주사와 미세혈관 시술을 받은 뒤에서야 팔다리가 다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해 현재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한 상태로 확인했다. 경찰 측은 A경감이 평소 부정맥을 앓은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증세와 백신 부작용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의학적인 소견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전날에는 경기남부청 소속 여성 경찰관 B(50대)씨가 AZ 백신을 접종받은 뒤 뇌출혈 의심 증상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았으나, 이틀째인 이날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집단면역 달성 어려워… 결국 독감처럼 함께 살아가야”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독감)처럼 토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감염병 전문가는 정부의 코로나19 목표대로 11월까지 전 국민의 70%가 백신을 맞아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거나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는 등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집단면역’을 달성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명돈(사진)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3일 국립중앙의료원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토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위원장은 “정부가 말하는 집단면역이란 예방접종률이 전 국민의 70%에 도달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며 “학술적으로 70% 도달이 우리가 기대하는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마스크를 벗고 거리두기를 종료하는 집단면역 도달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백신의 2차 감염 예방 효과가 낮고 코로나19 면역반응 지속기간이 불명확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코로나19 종식이나 집단면역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화이자 백신의 예방 효과가 95%로 알려졌지만 이는 접종자의 발병을 95% 예방한다는 뜻일 뿐 타인에게 감염병을 전파하는 2차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2차 감염을 예방하는 95% 이상의 백신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2차 감염 차단 효과를 분석한 영국 연구를 언급했는데 이에 따르면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 기준 38∼49%의 2차 감염 감소 효과가 있었다.

그러면서 “결국 독감처럼 백신을 맞으며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한다”면서 “국가의 백신 접종 전략은 바이러스 근절에서 피해 최소화로, 중증화 위험도가 높은 고령층과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는 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국립중앙의료원 종사자 일부를 연구한 결과 전원이 2차 접종 후 중화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장은 탐색연구 수준의 중간결과라는 점을 전제로 “접종 전, 1차 접종 3주 후, 2차 접종 일주일 후 세 번에 걸쳐 50명을 대상으로 중화항체가 얼마나 생겼는지 봤다”며 “1차 접종 28일 후 100% 중화항체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울산에서는 감염 속도가 1.7배 더 빠르다고 알려진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변이종이 ‘우세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진경·이도형·김동욱·오상도·박수찬·박유빈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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