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관광객 포기 못해” 백신 접종 ‘속도전’

8500만 인구의 터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에서 1억4600만 인구의 러시아를 앞질렀다. 그간 하루 30만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인도에 가려져서 그렇지 터키의 코로나19 확산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2만명이 넘어 인도, 브라질에 이어 3위를 달린지 제법 됐다. 급기야 누적 확진자 수에서 러시아를 제치고 5위에 랭크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3일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꽤 오랫동안 미국, 인도, 브라질, 프랑스, 러시아 순으로 집계돼 온 세계 각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발생 순위가 최근 뒤바뀌었다. 5위였던 러시아가 6위로 내려가고 대신 6위였던 터키가 5위로 올라선 것이다. 전날 무려 2만5980명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된 터키가 약 487만5000여명의 누적 확진자를 기록, 러시아(누적 확진자 483만1000여명·일일 신규 확진자 8489명)를 제친 것이다.
터키는 다급해진 표정이다. 곧 여름 휴가철 관광 성수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관광대국 터키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이 대폭 줄어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올해는 어떻게든 이를 만회하고자 했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급속히 악화하면서 미국 등 세계 주요국 관광객들이 터키를 기피한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관광산업에 있어 터키와 경쟁 관계에 있는 유럽연합(EU)의 경우 터키보다 빠른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힘입어 상황이 차츰 안정되고 있다. EU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직접 나서 미국을 향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미국인들한테 올여름 유럽 여행을 권한다”며 러브콜을 던진 상태다.

그간 중국산 시노백 백신, 미국·독일 제약사가 공동 개발한 화이자 백신 등을 도입해 접종을 해온 터키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이제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터키 보건부는 스푸트니크V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이로써 터키는 미국, EU 회원국 등 서방에서 꺼리는 스푸트니크V 백신 사용을 승인한 세계 63번째 국가가 되었다. 터키는 기존 시노백, 화이자에 이어 스푸트니크V까지 3종의 백신을 투입해 접종 속도전을 펼침으로써 신규 확진자 수 감소와 코로나19 확산세 억지, 그를 통한 올여름 관광산업 활성화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자국산 스푸트니크V 백신을 적극 홍보해 온 러시아는 터키의 선택을 크게 반기는 표정이다. 러시아 당국은 스푸트니크V 백신의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97% 이상으로 화이자·모더나 백신보다 높으며 안정성도 훨씬 뛰어나다는 입장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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