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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리스크 관리’의 전형 보여준 남양유업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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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03 20:00:00 수정 : 2021-05-04 16: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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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한다. 남양유업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로 파문을 일으킨 지 20여일만이다.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3일 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파문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않은 연구 결과를 발표해 가뜩이나 코로나로 불안한 국민들의 사재기를 부추기고 주가가 출렁이면서 의도적인 상술 논란으로 확산됐다. 질병관리청이 나서 검증된 실험 결과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식품안전의약처의 고발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남양유업 본사 사무실과 세종연구소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이뤄졌다. 

 

남양유업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동안 남양유업이 보여준 대응은 수준 이하였다. 사실 불가리스 연구 결과 관련 논란은 발표 당일부터 불가리스 사재기, 남양유업 주가 급등세로 나타났지만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했다는 홍보 자료를 내놓았던 회사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실제 효과가 있느냐는 논란으로 번지고 남양유업측의 얄팍한 상술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그제서야 “아직 검증이 되지않은 초보적 연구 결과”라는 선에서 해명했다. 이광범 대표가 임직원에 보낸 이메일에서도 “과학적 연구 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연구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 논란을 야기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문제는 오해, 혼선을 빚은 이후의 남양유업측 대응이다. 한마디로 평판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않았다는 얘기다. 대표와 오너가 대국민사과를 하는 데 20일이나 걸렸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에 대한 ‘밀어내기’ 강요, 갑질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기업이다. 당시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고 100만원대였던 주가는 40% 이상 급락했다. 그러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이번에도 ‘늑장 대응’으로 기업 평판을 크게 떨어뜨렸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평판 리스크는 사전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위험 신호를 빠르게 인지해 대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2014년 2월 발생한 ‘땅콩 회항’사건은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대표적 예로 꼽힌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견과류 서비스 매뉴얼을 지키지않았다’는 이유로 비행기를 회항시키고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사건은 ‘갑질’ 논란 뿐 아니라 그 이후 진정성없는 사과, 협박 논란으로 번졌다. 부친인 조양호 회장까지 나서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추락한 기업 평판을 회복하는 건 불가능했다. 

 

몽고식품 전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상습 폭행, 욕설 파문도 오히려 진정성 없는 사과가 국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달랑 9줄 분량으로 사과했는데 이에 분노한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 등에 나서면서 결국 김만식 전 명예회장이 아들인 대표를 대동해 직접 사과문을 낭독해야했다. 이런 뒤늦은 대응은 110년 역사의 장수기업 몽고식품 이미지에 먹칠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국내 평판 리스크 관리의 모범 사례로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때 코오롱 그룹이 보여준 대응을 꼽는다. 당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내려가 “유가족들에 엎드려 사죄하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현장에 머물면서 수습 작업을 진두지휘했고 피해자 보상을 위해 사재를 내놓았다. 214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재난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룹에 미칠 악영향은 최소 범위로 줄일 수 있었던 이유다.

 

해외 사례로는 1982년 9월 타이레놀을 제조 판매하던 존슨앤존슨이 자주 거론된다. 미국 시카고 일대에서 7명의 소비자가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숨졌는데 존슨앤존슨은 즉시 미국 전역에 유통된 3100만 병의 타이레놀을 리콜해 폐기처분했다. 경영자가 직접 광고에 출연해 “소비자 여러분, 지금 바로 타이레놀의 복용을 중단해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누군가 타이레놀 캡슐에 청산가리를 넣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존슨앤존슨의 대응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는 계기가 됐고 평판은 급상승했다.

 

 

기업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평판 리스크 관리는 기업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돼있다.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위기 대응이 늦어지고 그로 인해 기업 평판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된다. 이제는 기업들이 일단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뭉개려고 하면 더 큰 위기를 불러오는 시대다. 온라인을 통한 부정적인 여론 확산이 빠르기 때문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미래를 위해 잘못을 빠르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전경제경영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핵심 이슈에 대한 조사에서 평판 관리가 78%로 1위를 차지했다. 기업은 소비자 신뢰를 먹고 산다. 소비자 신뢰를 얻으려면 잘못에 고개를 숙이고 이를 바로잡는 정직한 기업 문화부터 만들어야 한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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