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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여행 중 낙오로 ‘스트레스 장애’ 진단 받은 신혼부부…法 "여행사가 손해배상해야"

입력 : 2021-05-04 07:00:00 수정 : 2021-05-04 06: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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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여행사는 여행자가 마주할 수 있는 위험 미리 제거할 수단 강구해야"

동남아시아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가 자전거 인력거 체험 과정에서 낙오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여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항소심에서도 일부 받아들여졌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부(부장판사 신한미)는 A씨와 B씨 부부가 여행사 C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A씨에게 약 290만원을, B씨에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A씨와 B씨는 C사와 계약해 2019년 6월22~26일 사이 베트남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A씨 부부는 현지 가이드 인솔 아래 베트남 관광을 즐겼다.

 

A씨 부부는 베트남 도착 다음 날인 6월23일 베트남 현지인이 운행하는 자전거 인력거(씨클로) 체험에 참여했다. A씨가 탄 씨클로는 일행에서 낙오됐고, 다른 베트남 현지가이드의 도움으로 일행에 합류했다.

 

A씨 부부는 같은달 26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자비로 그 전날 비행기 표를 구입해 귀국했다. 귀국 후 A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 부부는 C사를 상대로 진료비,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여행사는 여행자가 마주할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제거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C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앞서 1심은 "이 사건 사고는 C사와 현지 여행업자 및 그 고용인의 과실로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C사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여행가이드는 여행자에게 씨클로 탑승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고지해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 여부에 관해 선택할 기회를 주는 등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사는 A씨 등에게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만을 기재했을 뿐 베트남의 안전정보와 긴급연락처를 서면으로 제공하지 않았다"며 "A씨 등은 더욱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부분의 여행 일정을 마친 상태에서 예정된 항공권의 출발시각보다 불과 5시간 먼저 출발하는 항공권을 별도로 구입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C사가 항공 운임을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손해배상액은 A씨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진료비로 사용한 약 113만원과 위자료 700만원이 인정됐다. B씨는 위자료 200만원이 인정됐다.

 

항소심도 "무리에서 이탈해 혼자 남겨질 경우 대처 방법이나 일행을 만날 곳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여행가이드는 A씨의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C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원고는 성인으로 씨클로 탑승 체험에 따르는 위험을 인식하고 안전을 도모할 능력이 있다"며 "A씨가 휴대전화 등 통신수단을 소지하지 않아 일행에 합류하기까지 시간이 지연된 측면이 있다"며 손해액을 70%로 한정했다.

 

A씨 손해액은 새로 인정된 진료비 약 128만원의 70%인 약 90만원이 인정됐다. 여기에 위자료 200만원을 더해 C사가 약 29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B씨의 위자료는 50만원으로 정해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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