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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계층 사다리"…가상화폐 매달리는 2030

입력 : 2021-05-03 18:37:42 수정 : 2021-05-03 19: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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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만으로는 부자 될 가능성 없어”
투자 불안감 있어도 코인 희망 안버려
암호화폐 비트코인. EPA=연합뉴스

“어차피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코인이 유일한 희망이에요.”

직장인 김모(25)씨는 몇 달 전부터 가상화폐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을 샀다가 지난달 미국 정부가 금융소득 증세를 언급한 뒤 가격이 급락하자 마음이 흔들려 700만원의 손실을 보고 팔았지만, 이후 다시 1000만원을 넣었다. 롤러코스터처럼 급변하는 가상화폐 장을 보면 그 역시 마음 한쪽에 불안감이 생기고 하루에도 몇 번씩 심장이 요동을 친다. 하지만 투자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 집에서 물려받은 것도,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닌 그에게 ‘부’를 쌓을 수단은 코인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주변인들은 월급을 ‘원화 채굴’이라고 부른다. 월급은 가상화폐를 사기 위한 시드머니(종잣돈)일 뿐이란 의미”라며 “월급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아예 없다. 코인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재테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코인으로 대박을 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요. 그 믿음으로 버팁니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에 급락장이 찾아오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는 2030 청년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이 가상화폐 투자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김씨처럼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전 재산을 쏟아붓는 이도 많다.

 

3일 세계일보가 가상화폐 투자를 계속하는 20대 청년들을 만나 이유를 들어봤다. 이들은 가상화폐 투자가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한 달에 35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이모(29)씨는 왜 투자를 계속하냐는 질문에 “지금 월급으로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이씨는 “건실한 직장에 취직했으니 걱정 없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달랐다”며 “나는 월급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고 전세자금 대출금을 갚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데, 잘사는 동기는 빚도 없고 부모가 집을 사주는 것을 보고 박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월급만으로는 ‘이미 가진 사람들’을 따라가는 게 평생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집값이나 얼마 전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투기 논란을 보며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이씨는 “돈 있는 사람들은 부동산으로 자산을 무섭게 불려가지 않나.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가 되는 것”이라며 “자본금이 없는 상황에서 최선은 가상화폐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가상화폐가 청년들에겐 돈을 벌 마지막 수단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투자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도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송수영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동산 시장은 아파트값이 이미 너무 올라 청년들이 뛰어들 수 없고 주식은 수익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해 코인에 몰두하는 것”이라며 “남들처럼 잘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로 인한 박탈감이 청년들을 가상화폐에 매달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지원·구현모·조희연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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