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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우리 사람’…靑의 선택은 김오수

입력 : 2021-05-03 18:52:31 수정 : 2021-05-03 19: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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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 지명 배경

檢 내부 ‘무색무취’ 평가 받지만
조국 수사엔 비판적 시각 드러내

후보군 중 연수원 기수 ‘최고참’
고검장·검사장 인사 폭 좁아져
3일 새 검찰총장에 지명된 김오수 후보자가 2019년 12월 당시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으로서 2020년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 발표를 위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으로 들어서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많은 사람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지명됐다. 청와대가 4명의 검찰총장 후보군 중 김 전 차관을 낙점한 데는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우리 사람’이란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총장 시절 정권에 많은 부담을 안긴 검찰 수사의 동력은 자연스레 약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김 전 차관과 함께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선정한 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고심을 거듭했다. 통상 검찰총장은 후보추천위 다음 날 법무장관이 최종 후보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했다.

박 장관이 제청 카드를 섣불리 뽑지 못했던 건 그만큼 청와대의 고민이 깊다는 뜻으로 읽혔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낙점한 후보를 박 장관이 제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입장에선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총장으로서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하면서 동시에 정권 핵심을 겨냥한 수사를 매끄럽게 관리할 적임자를 찾다 보니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여권 내에서는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확인한 성난 민심을 거스른 총장 인사를 할 경우 차기 대선 국면에서도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었다.

하지만 결국 청와대의 선택은 김 전 차관이었다. 박 장관은 후보추천위가 열린 지 나흘 만인 3일 김 전 차관을 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박상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검찰총장 후보자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서울북부지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거쳐 2018년 6월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차관에 올랐다. 22개월간 차관으로 있으면서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내리 보좌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무색무취’한 사람이었지만 법무부 차관 시절부터 친정부 성향으로 기울어졌다고 평가한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윤 전 총장에게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수사팀을 꾸리자’고 제안한 사실이 알려져 검찰 내부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낙점은 결국 검찰개혁으로 대표되는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춤한 인사가 가장 중요한 총장 인선 기준이었음을 시사한다. 박 장관은 앞서 총장 후보 인선 기준을 두고 “대통령 국정철학에 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4·7재보궐 선거 참패, 지난해 이어진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과 윤 전 총장의 대권후보 부상 과정에서 여권이 내세운 검찰개혁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차기 총장에 대한 요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문 정부는 고심 끝에 ‘검찰개혁’과 ‘정권의 안전한 퇴로 확보’에 무게를 두고 후보자를 최종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군 중 연수원 기수가 가장 높은 김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고검장과 검사장 인사 폭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보다 3기수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 가능성도 커졌다. 김 후보자 취임과 이 지검장 유임이 결정될 경우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 등 정권에 부담스러운 수사에 대한 동력이 윤 전 총장 시절보다 대폭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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