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돌아가기 전
눈물 외에는
모두 반납해야 한다는
어느 노승의 방
구름 같은 이불
빗방울 같은 베개
바람 같은 승복
눈물 같은 숟가락
바다 같은 찻잔
낙엽 같은 경전
그리고
마주 보는 백척간두 같은
두 개의 젓가락과
허공의 바닥을 두드리는
낡은 지팡이 하나…
인생을 사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하루를 마감하며 구름 같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이부자리.
삶을 살아내면서 기뻐서 혹은 슬퍼서 흘리는
빗방울 같은 눈물을 다 받아주는 베개.
바람 같이 떠돌아다니는 육신을 다 받아준 옷.
밥을 먹기 위해 온갖 수모를 이겨낸 숟가락.
무한한 바다 같은 젊은 날의 찻잔.
인생의 가을이 다가와서야 겨우 알 수 있는 낙엽 같은 삶의 경전.
백척간두에 서서 풍전등화 같은 삶을 마주 보던 두 개의 젓가락.
흙으로 돌아갈 때는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눈물마저도 버리고 가야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을 인생목록에 추가하려고 합니다.
나의 방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림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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