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인리스로 된 든든한 밑동에서 하늘로 우뚝 솟은 기둥, 그 위로 LED 조명으로 반짝이는 잔가지와 나뭇잎이 반짝인다. 중견 조각가 권치규 작가의 대형 조각작품 ‘이수목’이다. ‘이로운 물로 생명의 싹을 틔운다’는 뜻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나무는 뿌리가 있는 아래로부터 흡수해 생명력을 보여준다는 데 착안해 자연의 순환, 자연의 힘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수목’을 포함, 거리나 공원에서 드문드문 볼 수 있던 대형 조각작품을 한데 모아 감상할 수 있는 아트페어(미술 장터)가 열린다. 기존의 회화 중심 아트페어에서 아쉬움을 느꼈을 조각 애호가들이 특히 반길 아트페어다.
제6회 조형아트서울2021(PLAS2021-Contemporary Art Show)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오는 16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16일 VIP 및 언론 프리뷰를 시작으로, 17∼19일에 일반 관람이 진행된다.
청작화랑, 서정아트센터, 비앙갤러리, 이정갤러리, 갤러리화이트원, 갤러리 오앤송파리 등 89개 갤러리 및 단체들이 참여해 조각, 유리, 설치, 미디어아트, 회화 등을 선보인다. 국내외 작가 약 700명의 작품 약 2500점이 나온다.
이번 아트페어는 갤러리들의 백화점식 작품 나열을 넘어, 주제별로 전시를 구성해 수준을 높였다.
‘케이팝스컬프처(K-Pop Sculpture)33인’전은 대표적 중견 조각가 김성복, 권치규 성신여대 조소과 교수, 박찬걸 충남대 조소과 교수가 추천한 10명과 함께 33인의 작품을 전시한다. 33인의 독립선언에서 모티프를 얻어, 한국 조각을 세계에 알릴 조각가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조형아트서울 운영위 신준원 대표는 “내년 세계적 아트페어인 영국 프리즈아트페어가 코엑스에 상륙해 한국에서 총성 없는 예술작품 간의 대전이 일어날 것”이라며 “작가들이 세계 속 ‘케이 아트(K-Art)’로서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어 이런 코너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김병규, 김지영, 김재호, 신채훈, 박지선, 오누리, 신필균, 변경수 등 33명이 참가한다.

실내에서 보기 힘든 대형 조각 특별전도 주목된다. ‘이수목’을 비롯해 김성복, 전용환, 진덕제, 김경민, 박찬걸, 김병규, 노준진, 김재호, 서승원, 백진기, 이재형, 김리현 등 13명이 작품을 내놓는다. 인천 파라다이스호텔 내 다비드 작품으로도 잘 알려진 박찬걸 작가와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로 유명한 김성복 작가의 신작이 전시될 예정이다. 특히 공공미술 차원에서 대형 조각작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할 일이 많은 건설사 관계자들이 형식적 작품 유치를 넘어, 실제로 작품을 감상하고 좋은 작품을 선별할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호반건설은 후원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래가 유망한 신진 조각가로 이명훈, 김성지의 작품을 보여주는 포커스웨이브(Focus Wave), 남지형, 송현구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뉴웨이브(New Wave),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예술가 창작 레지던시 작품들을 선보이는 코너도 마련된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사진=조형아트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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