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실종된 지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22)씨의 아버지 손모씨가 생전 아들과 나눴던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해 안타깝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손씨는 2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아들과의 대화”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늘은 장례 2일째입니다. 드디어 입관했습니다. 한강 물속에서 혼자 외로웠을 아들을 생각하면 괴롭지만 예쁘게 예쁘게 해줬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제 제 아들과의 대화를 남기고자 합니다. 제가 받고 싶은 이모티콘을 선물한 뒤 그걸 써주면 너무 고마웠다”며 정민씨와 나눴던 대화를 공개했다.
손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정민씨는 손씨가 선물한 이모티콘을 쓰며 “아빠 고마워융~~”이라며 애교 가득 고마움을 전한다. 정민씨가 할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자 손씨가 “아빠 엄마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정민이 늙는 것까지 보겠다”고 답하는 내용도 있다. 손씨는 “저는 이 말을 지키고 있는데 이놈(아들)이 지키지 못했다”고 적었다.
또 예전 가족여행 사진을 본 정민씨는 “아빠 감사해용. 나도 가끔 옛날 생각하는데 그래도 추억이 많은 것 같아요”라며 “특히 요즘 여행도 못 가서. 앞으로도 속 안 썩이고 잘 지낼게요”라고도 했다.

정민씨는 손씨를 향해 ‘아빠 사랑해’라는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했고, 손씨는 이런 아들을 사랑스러워했다. 손씨는 정민씨의 대학 생활을 대견해 하며 “아들, 본과 들어가니까 열심히 지내서 기특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며 “넌 자랑스러운 아들이야”라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꼈던 아들을 잃은 손씨는 “전 이 아들이 제일 사랑스러웠습니다”라며 “이제 같이 여행은 못 가지만 아내와 다짐했습니다. 이 집에서 영원히 살면서 아들 방을 똑같이 유지하기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이 정민이 게시판은 이런 용도로 사용하고자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나 환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니 아프다”, “힘내세요”, “눈물 난다” 등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친구 A씨와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 정민씨의 가족과 지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실종된 정민씨를 애타게 찾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정민씨는 실종 엿새 만인 지난달 30일 오후 3시50분쯤 실종장소인 한강공원 반포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며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현재 서울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국과수는 “시신 부패가 진행돼 육안으로는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소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는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채취한 시료를 정밀 검사하고 있으며 결과는 이르면 보름 뒤에 나올 전망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