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유 핵무기 45개로 추정… “수소폭탄도 가능”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오래되고 더는 쓸모없다는 일각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사람들이 ‘영변은 낡았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웃지 않을 수 없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박사)의 말이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무기가 무려 45개에 달할 것이라고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의 목표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꼽은 가운데 45개에 이르는 북한 핵무기를 어떻게 없앨 것인지가 한·미 양국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009년 이후 새 원심분리기 짓고 규모 2배로 키워”
2일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따르면 헤커 박사는 최근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오래되고 더는 쓸모없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북한은 2009년 이후 영변 핵단지에 새 원심분리기 시설을 짓고 이후 규모를 2배로 키웠다”며 “현재 새 원자로를 세우고 있고, 농축에 필요한 육불화우라늄 생산시설도 지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연료가공 시설과 삼중수소 분리시설로 보이는 곳도 새로 지었다”면서 “사람들이 ‘영변은 낡았다’고 말할 때마다 웃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북한 정권의 실세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말로도 입증이 된다. 최 부상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노딜’로 결렬된 뒤 세계일보 등 한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영변 핵시설을 언급하며 미국을 성토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거기에 또다른 비핵화 조치까지 더해야 협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이른바 ‘영변 플러스 알파(+α)’ 제안을 했다고 한다. 최 부상은 “우리가 제시한 영변 핵시설이라는 게 만만찮은 것”이란 말로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는데 ‘영변 핵시설이 만만찮은 것’이란 어구에서 북한이 자랑하는 영변 핵시설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그 위력이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北 수폭 가능성엔 “이미 삼중수소 생산… 배제 못해”
헤커 박사는 "북한이 지금까지 생산했다고 추정되는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의 양을 고려하면 20~60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콕 집어 “45개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까지 플루토늄 25∼48㎏을 생산했고, 고농축우라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0∼950㎏ 보유하고 있다. 헤커 박사는 “플루투늄 폭탄 1개에 플루토늄이 5㎏ 정도 들어가고, 고농축우라늄 폭탄에 고농축우라늄이 25㎏ 정도 들어간다는 게 합리적인 추산치”라고 했다. 이를 토대로 북한이 핵무기 45개를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45개를 모두 찾아내 북한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겨 없애거나 영원히 작동이 불능한 상태로 만드는 작업도 시급한데, 문제는 북한이 원자폭탄보다 훨씬 더 센 수소폭탄을 제조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헤커 박사는 “북한이 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느냐”는 물음에 “수소폭탄 몇 개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삼중수소를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해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북한이 수소폭탄 제조 기술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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