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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이라 9명 투입?… “꿀벌 진압” 조롱에 여경 무용론까지

입력 : 2021-05-03 06:00:00 수정 : 2021-05-03 07: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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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 진압 능력 부실 주장… 전혀 사실 아님
“男경찰도 매뉴얼상 마찬가지”
시위자 둘러싼 영상에 갑론을박
경찰 “직접적인 신체 접촉 안돼
돌발상황 대비 추가 투입” 해명
여경 불신에 체력검정 개선 방침
“警 업무 다양… 능력불신은 편견”
지난달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에서 여경 9명이 시위자 1명을 둘러싸며 제지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여자 경찰 6명이 여자 1명 제지 못 해서 3명 추가. K-여경 든든합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늘자 K-여경’이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여경들이 여성 시위자를 제지하는 장면이 담겼다. 유튜버와 시비가 붙은 시위자가 유튜버에게 돌진하자 여경 6명이 시위자를 둘러싸 돌발 행동을 막는 모습이었다. 시위자가 진정이 되지 않자 여경 3명이 더 투입됐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여경들이 시위자를 곧장 제압하지 않고 둘러싸서 막는다며 “남자 경찰 1명이 할 일을 여경 9명이 하고 있다”, “상대가 무장했다면 몇 명이 필요한 거냐”고 비아냥댔다. 꿀벌이 여왕벌을 둘러싼 모습에 빗대 ‘꿀벌 진압’이라고 비꼬거나 여경은 필요 없다는 ‘여경 무용론’까지 나왔다.

시위자를 막는 여경들의 대응은 정말 부실했던 것일까? 여경들은 시위 진압 능력이 부족해 그를 둘러싸고 바라보기만 한 것일까? 2일 세계일보가 경찰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당시 여경 대응이 부실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경찰 관계자는 “현장 매뉴얼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라며 “남경이었어도 같은 모습이 연출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여경들의 대응이 부실했다고 보는 측에서는 ‘시위자 1명을 제압하는 데 여경 9명이 동원된 것은 공권력 낭비’라며 ‘남경이 투입됐을 경우 더 적은 경력으로 충분히 제압 가능했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집회·시위에서의 경찰 물리력은 최소한으로 행사해야 한다. 시위자가 돌발 행동을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신체를 잡는 방식으로 제지하기보다, 시위자를 둘러싸 동선을 막는 방식 등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남경·여경 모두 같은 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경찰 성별에 따라 시위자 제지 방식이 달라지지 않으며, 현장 판단에 따라 9명을 투입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경찰의 물리력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손으로 잡지 않고 차단하는 방법이 우선돼야 하고, 그러려면 1명을 제지하는 데도 많은 경력이 필요하다”며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이 360도이기 때문에 최소 4명이 둘러싸야 하고, 그 이상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시위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경력을 투입한다. 남경이 남자 시위자를 제지할 때도 마찬가지“라며 “여경이기 때문에 9명을 투입한 것이란 주장은 억지”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이 여경무용론으로까지 번진 것은 이미 여경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경의 신체 능력 등이 떨어져 경찰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이다. 여경이 체력검정에서 팔굽혀펴기를 할 때 무릎을 바닥에 대는 ‘니 푸시업’(knee push up) 자세를 하는 것을 들며 “체력이 검증되지 않은 여경들의 현장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여경의 체력검정 기준은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여경의 업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경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편협한 시각”이라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모든 경찰 업무가 현장에서 뛰면서 범인을 검거하는 것만은 아니다. 현장에서도 여성 피의자를 제압하는 등 여경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며 “오히려 여경을 늘려 업무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얼마 전 기동대 소속 여경은 당직 근무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논란이 됐는데 최근 나온 논란들은 여경에 대한 불신 때문에 더 불거진 것 같아 안타깝다”며 “기동대 문제도 남경 처우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야지 남경과 여경 둘 다 힘들어지자는 쪽으로 가선 안 된다. 남경과 여경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조희연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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