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등 예외인정 법개정 필요”

검찰 수사 대상이어서 면직이 허용되지 않아 현직 경찰 신분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최근 ‘출마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자 법조계에서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황 의원처럼 징계·수사를 받는 공무원이 출마를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해 이를 피하는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이은권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황 의원을 상대로 낸 국회의원 당선무효 소송에서 이 전 의원의 청구를 기각했다.
황 의원은 지난해 4·15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경찰청에 의원면직을 신청했지만, 경찰청은 비위와 관련한 조사·수사를 받는 공무원에겐 의원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통령훈령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 규정’에 따라 면직을 불허했다. 결국 황 의원은 경찰 신분을 유지한 채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황 의원과 총선에서 맞붙었던 이 전 의원은 당선무효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는 공직선거법 제53조4항을 준용해 황 의원이 경찰 신분으로 정당에 가입한 것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판결이 나온 이후 법조계에선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직원이 접수됐을 때 직을 그만둔 것으로 본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공직자가 이유 없이 불이익을 당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반면 황 의원의 경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당사자로 수사를 받고 있어 면직을 불허할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강신업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는 “대법원은 법에 따라서 판결을 했다”면서도 “공직선거법 제53조4항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거나 징계 절차 등이 진행 중인 경우엔 그러하지 아니하다’ 등의 문구를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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