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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나누고 떠난 정진석 추기경… ‘우리 사회의 어른’ 영원한 안식처로

입력 : 2021-05-02 21:01:33 수정 : 2021-05-03 09: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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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평 공간’…성직자 묘역서 영면
김수환 추기경 옆에 나란히 누워
교황 “진심 어린 애도” 추모 서한
2일 고 정진석 추기경이 안장된 경기도 용인 천주교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을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며 기도를 올리고 있다. 용인=하상윤 기자

고 정진석 추기경이 12년 전 먼저 떠난 고 김수환 추기경 옆에 나란히 누웠다. 사목표어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 옴니부스 옴니아)’이라는 문장(紋章)이 새겨진 삼나무관에 모셔진 정 추기경이 세상에 온 지 90년 만에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지난달 27일 선종(善終)한 천주교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주교단 공동집전으로 서울대교구장(葬)으로 봉헌됐다.

입당성가 ‘주님 영원한 안식을 그에게 베푸소서’라는 죽은 이를 위한 레퀴엠(Requiem aetemam)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입장한 장례위원장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교회의 큰 사제이자, 우리 사회 어른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참 슬프고 어려운 일”이라며 “김수환 추기경께서 돌아가셨을 때 의지하고 기댈 분이 없어 허전하다고 했던 정 추기경 말씀을 저도 이제 깊이 동감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김 추기경이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면, 정 추기경은 우리 교회와 사제에게 어머니 같은 분이었다”며 “겉으로 보이는 근엄하고 박력 있는 모습 이면에 가까이 지내면 부드럽고 온유하고, 넓은 아량에 사랑을 지니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진 고별식에서 정 추기경의 약력 소개와 고별사가 이어졌다. 고별사는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의 조전을 대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도 서한에서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며 “서울대교구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의 말씀을 전하며 기도로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추모했다.

이어 주교단 대표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사제단 대표이자 고인의 소신학교 제자 백남용 신부, 수도자 대표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정로사 수녀, 평신도 대표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 회장이 정 추기경에게 고별사를 전했다.

손희송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는 감사인사를 통해 “정 추기경님은 항상 밤하늘에 작은 별빛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셨지만 이제 큰 별이 되셨다”며 “저희도 기쁘게 이웃사랑을 실천하면서 작은 별이라도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의 마지막 길, 마지막 시간을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날 미사에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한승수 전 국무총리 부부, 배우 안성기 부부, 시인 신달자 정호승이 참가했다. 정 추기경의 묘소는 경기 천주교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에 마련됐다. 정 추기경은 선종 순서에 따라 먼저 안장된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김옥균 주교의 묘소 옆자리 1평 공간에 하관예절을 거쳐 모셔졌다. 정 추기경의 묘비명은 그의 사목 표어였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다.

이날 장례미사는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명동성당 전체 좌석수의 20% 수준인 230명만 참석했고, cpbc가톨릭평화방송 TV와 유튜브로 생중계되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의하면 공식 조문기간 동안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총 4만6636명이다.

 

조정진 선임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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