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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인물·흥행 ‘3無’… 결국 ‘親文만의 리그’로 끝났다

입력 : 2021-05-02 18:38:45 수정 : 2021-05-02 18: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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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요란했던 與 전당대회
선거 참패 후 체질개선 기대감
당권 도전자, 친문 구애에 집중
민감한 사안엔 원론적 입장만
정책에도 뚜렷한 차별화 없어
2020년보다 주자 ‘체급’도 떨어져
“컨벤션 효과 미미할 것” 관측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우원식, 송영길, 홍영표 후보(왼쪽부터)가 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화이팅을 외치고있다. 남정탁 기자

더불어민주당 5·2 전당대회에서 내년 정권 재창출을 책임질 신임 지도부가 선출됐지만 시작부터 ‘그들만의 리그’라는 수식어를 붙인 채 출범하게 됐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 체질 개선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기대했지만, 당권 주자들이 친문(친문재인) 구애에 집중했다는 평가가 뒤따라서다. 새 인물 부재, 코로나19 등이 겹쳐 전당대회가 흥행 실패로 끝나면서 지도부 선출 이후 ‘컨벤션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 한 민주당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이번 전당대회가 새 인물, 혁신, 흥행이 없는 ‘3무 대회’라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원내대표 선출 이후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재보선 참패 이후 ‘친문 책임론’ ‘친문 2선 후퇴론’까지 불거졌지만, 지난달 중순 친문 핵심 윤호중 의원이 비주류 박완주 의원에 압도적인 표차(39표)로 당선되면서 인적 쇄신론이 자취를 감췄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 결과로 당권을 잡으려면 어느 쪽에 구애해야 하는지 명확해졌다”며 “당을 개혁, 쇄신하고 싶어도 일단 당 대표가 돼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투표 반영 비율이 40%에 달하는 권리당원 대다수가 친문으로 구성된 만큼, 이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친문 감별’ 논란은 ‘조국 사태’ 책임론,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 논란으로 번졌다. 세 당권주자 모두 조국 사태를 “재보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없다”거나 “이미 지나간 일” 정도로 치부하는 등 강성 친문을 의식한 듯한 입장을 유지했다. 조응천, 박용진 의원 등 비주류파는 문자폭탄이 당내 민주주의를 저해한다고 비판했으나, 당권 주자들은 “강성이 아닌 열성 지지층” “문자폭탄도 소중한 의견” 등이라고 주장하며 과격 표현 자제를 당부하는 데 그쳤다.

당내 비주류 박용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앞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이 볼 때 뻔한 인물·구도로 당내 경선이 치러지는, 자기들끼리의 조직세 싸움으로 끝날까 봐 걱정”이라며 “투표권을 가진 분들을 향한 호소만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친문 감별’ 통과에 주력하다 보니 정책 대결은 사라졌다. 세 후보 모두 부동산 문제, 코로나19 해법 등 일부 정책에서 다른 목소리를 냈을 뿐, 두드러지는 차별점은 없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영배(왼쪽부터), 백혜련, 서삼석, 전혜숙, 김용민, 황명선, 강병원 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1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정견발표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인물 부재론도 흥행 실패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당권에 도전한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의원 모두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당시 ‘이낙연 대세론’에 출마를 포기했던 ‘올드보이’다. 대선주자급 인물이 붙었던 과거 전대보다 당권주자들의 ‘체급’도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다. 최고위원 경선은 5명을 뽑는 선거에 단 7명만 출전해 컷오프(예비경선)마저 생략되면서 출발부터 ‘2부 리그’로 전락하며 김이 빠졌고, 선거 기간 내내 당권 경쟁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여성 몫 1인은 보장돼 최고위원에 도전한 전혜숙·백혜련 후보 중 최소 1명은 지도부 선출이 예고돼 있었다.

흥행 부진의 이면엔 이번 지도부가 내년 대선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관리형 지도부’라는 특성도 자리한다.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임무가 있지만, 임기상 2024년에 치러지는 다음 총선 공천권과는 무관해 현역 의원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전당대회가 비대면으로 치러지면서 ‘현장성’이 사라진 것 또한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전당대회에서는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부터 당원들이 대형 체육관에 모여 지지하는 후보를 연호하는 유세전이 펼쳐졌지만 이번 선거에선 온라인 생중계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집권여당의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지는 ‘내부 잔치’라는 오명을 입으면서 으레 지도부 선출 뒤 이어지는 컨벤션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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