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수천만 원의 국비를 지원 받아 참석한 해외 세미나에 두 딸을 데리고 간 정황이 드러났다. 학회 참석 후 제출한 결과 보고서도 부실해 사실상 가족과 함께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나온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임 후보자는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했던 2016∼2020년 사이 해외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한 학회 세미나에 총 6차례 참석했다.
이 중 네 개의 세미나에 장녀(28), 차녀(23)와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두 딸과 함께 참석한 정황이 파악된 학회에서 임 후보자가 지원 받은 국비는 약 3600만원에 달한다. 임 후보자가 참석한 학회 장소와 출장 기간은 두 딸의 출입국 국가 및 날짜와 여러 차례 겹친다.
이화여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임 후보자는 2016년 7월 10일부터 13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며 115만원의 경비를 지원 받았다.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임 후보자의 장녀 역시 같은 기간 일본으로 출국한 뒤 돌아왔다.
2018년 1월 23일부터 29일까지 미국 하와이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는 두 딸 모두와 함께 한 것으로 보인다. 장녀와 차녀의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임 후보자보다 하루 먼저 미국으로 간 뒤 같은 날 귀국했다. 임 후보자가 하와이 학회를 가며 지원 받은 금액은 1639만원에 달한다.
2019년 1월 997만원을 지원 받아 참석한 뉴질랜드 오클랜드 학회, 2020년 1월 900만원을 받아 참석했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학회 역시 임 후보자와 두 딸의 출입국 날짜가 일치한다.
세 번은 두 딸, 한 번은 장녀와 동행해 해외 세미나를 간 것으로 추정된다.
박 의원은 “해당 학회는 미국 하와이, 일본 오키나와, 뉴질랜드 오클랜드,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휴양·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라며 “학회를 빙자한 외유성 해외 학회출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에 참석한 후 제출한 결과 보고서도 부실하다. 임 후보자가 미국 하와이 학회에 다녀온 후 제출한 보고서는 날짜 별로 ‘학회참석’이라고 쓰인 게 전부다. 면담자, 수집 자료, 획득 정보 등은 모두 공란이다.
박 의원은 “국가예산으로 가족과 함께 해외 학회에 참석하는 등 도덕성이 의심스럽다”며 “연구논문 쪼개기 등 연구 윤리 의혹, 민주당 당적 보유 등 각종 자격논란이 불거진 임 후보자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임 후보자 일가가 위장 전입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주민등록법 상 위장전입은 거주지를 실제로 옮기지 않고 주민등록법 상 주소만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이 임 후보자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 후보자는 해외 연구 기간 중인 지난 1991년 8월부터 2002년 2월까지 본인(2차례)을 비롯해 배우자(2차례)와 장녀(5차례), 차녀(3차례)가 총 12차례에 걸쳐 주소를 이전했다.
이어 미국에 머물던 연구년 기간(2008년 3월 ~ 2009년 1월)에는 일가족 주소가 강남구 서초동에서 도곡동으로 한차례 추가로 변경됐다. 박 의원은 해외에 살면서 국내 주소를 13번이나 옮긴 점, 후보자와 가족이 각각 주소를 달리한 것 등은 부동산 투기, 자녀 진학 등을 위한 다목적 위장전입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임 후보자 측은 “저와 제 가족이 부동산 투기, 자녀 진학 등을 목적으로 총 13회에 걸쳐 위장전입을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임 후보자는 “결혼 후 제 명의의 주택 청약 자격 취득 및 유지를 위해 신혼 초 약 9개월(1990년 11월~1991년 8월) 및 귀국 후 약 10개월(2002년 2월~2002년 12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실거주지가 아닌 시댁에 주소를 등록한 바 있다"며 "이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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