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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 끝내 눈물…"'하느님 만세!' 외친 정 추기경"

입력 : 2021-05-01 13:40:24 수정 : 2021-05-01 13: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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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마음으로 정 추기경님을 많이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뵙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이 끝내 눈물을 보였다.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가 치러지는 5일 동안 조문객들을 담담한 표정으로 맞으며 빈소를 지켰던 그가 선배의 마지막 가는 길에 결국 감정이 북받쳤다.

 

염 추기경은 1일 오전 명동성당에서 한국 주교단과 공동 집전한 정 추기경의 장례미사 강론 도중 잠시 울먹거리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순간 성당 안에는 정적이 맴돌았고, 신자들 역시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염 추기경은 "교회의 큰 사제이자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참 슬프고 어려운 일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이제 의지하고 기댈 분이 없어 참 허전하다'고 하시던 정 추기경님의 말씀을 저도 깊이 더 실감하게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염 추기경은 정 추기경과 열 두살이 차이가 나지만, 가까이에서 고인이 살아온 모습을 묵묵히 지켜봤다. 2012년 정 추기경의 뒤를 이어 후임 서울대교구장을 맡기도 했다.

 

특히 지난 2월 병세가 위중해 입원해 있던 정 추기경에게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하세요"라며 이마에 기름을 바르는 '병자성사(病者聖事)'를 드렸다. 병자성사는 노환과 병 등으로, 죽음에 가까이 있는 신자의 구원을 비는 의식이다.

 

염 추기경은 이날 강론에서 정 추기경의 삶을 하나씩 하나씩 신자들과 함께 돌아봤다. "청주 교구장이셨던 정 추기경님이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됐을 때 김수환 추기경님은 '성령께서 우리에게 좋은 교구장을 뽑아 보내주셨다'고 하신 바 있다"고 기억했다.

 

또 "정 추기경님은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얻는 행복에 대해 자주 말씀하셨고 신자들을 위한 성경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출간하셨습니다. 당신의 하느님 체험과 그 행복을 신자들과 조금이라도 더 나누고자 단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추구했던 추기경님의 자세는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또 "삶에서 여러 번 죽음의 고비를 넘긴 정 추기경님은 사실 자신의 인생은 덤으로 사는 것이며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순리대로 받아들이셨다"고 기억했다.

 

"정 추기경님은 지난 2월 22일 병자성사를 받으시고 마지막 말씀을 하시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어 드리겠다는 의지로 '하느님 만세!'를 외치기도 하셨다"고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신부님들 의료진들이 지켜보다가 다들 너무 놀랐다. 그래서 정 추기경님의 선종 슬픔과 아쉬움에 그치지 않고 하느님께 마지막 순명을 다한 자녀로서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염 추기경은 "추기경님이 마지막까지 간직하신 이 부활 신앙 덕분에 우리도 고통과 죽음에 억눌리지 않고 오히려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다"면서 "오늘 다시 한번 정 추기경님처럼 훌륭한 목자를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정 추기경은 장지인 경기 용인 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으로 옮겨져 영원히 안식한다. 김수환 추기경과 김옥균 주교 옆 자리에 안장될 예정이다. 정 추기경의 묘비명은 그의 사목 표어였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으로 정해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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