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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투명성 담보할 수 없어”…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놓고 경기도·국회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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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01 09:00:00 수정 : 2021-05-03 10: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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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경기도 제공

‘경기도 체육진흥센터’ 설립을 두고 불거진 경기도와 도의회, 도체육회 간 갈등이 새 국면을 맞았다. 경기도가 도의회와 손잡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체육진흥센터 설립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회에서 도체육회 쪽의 손을 들어주는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때문이다. 

 

◆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게임체인저?…“공공성·투명성 담보할 수 없어”

 

30일 국회와 지자체에 따르면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지난 3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제18조(지방자치단체와 학교 등에 대한 보조) 3항에는 지방체육회에 대한 운영비 지원 ‘임의규정’을 ‘의무규정’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운영비를 보조할 수 있다’에서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쪽으로 규정을 바꾸는 것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이 의원 외에 김정재·김도읍 의원 등 다른 10명이 동참했다. 

 

이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17개 광역자치단체는 지방체육회 운영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 된다. 표면적으론 지자체의 행정·예산권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하는 셈이다. 

 

반면 경기도와 도의회의 입장은 다르다. 앞서 도는 도체육회의 방만한 운영과 위법·부당 행위를 뿌리 뽑는다며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특정감사를 벌여 부적정 행위 22건을 적발하고, 93명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도체육회에 요구했다.

 

감사에선 도체육회장의 관용차 사적 사용과 규정에 없는 대외협력비(최근 5년간 4억2900여만원) 편성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감사는 도체육회가 도생활체육회 시절부터 6년간 받아온 도비 보조금 중 사무처운영 관련 분야에 대해 이뤄졌다. 

 

도의회도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체육회의 공용차 부적정 운용과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을 문제 삼았다. 아예 올해 예산 심의 때는 도체육회 예산을 크게 삭감했다. 나아가 도체육회의 고유 사업을 올해 초 관련 조례 개정으로 도와 산하 기관으로 이양했다.

 

특히 도의회가 도체육회를 대신할 체육진흥센터 설립을 위해 ‘경기도 체육진흥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큰 반발을 불러왔다. 개정조례안은 △전문체육의 진흥 및 선수 등의 육성 △생활체육의 진흥 및 지원 △체육대회의 개최 및 참가지원 △스포츠클럽 육성 및 지원 △체육계 인권침해 방지대책 △경기도청 직장운동경기부 관리 및 운영 등에 관한 사항 등의 업무를 새롭게 설립되는 체육진흥센터가 수행하도록 했다. 

 

도체육회 측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에서 명시한 지방체육회 수행 사업을 체육진흥센터가 수행하는 건 법 위반의 여지가 크다”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회. 뉴스1

◆ 경기도·도의회 vs 도체육회 2라운드…국회 “업무 분산, 민선 체육회 취지에도 어긋나”

 

이런 분위기는 경기도체육회를 비롯한 다른 광역단체 체육회에도 경종을 울렸다. 경기도체육회가 힘을 잃으면 다른 지역체육회도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란 위기의식을 불러왔다.

 

일각에선 양측의 갈등이 행정적 문제보다 감정싸움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발단은 지난해 1월 ‘정치와 체육의 분리’를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시행이었다. 당시 개정안은 시·도지사 체제로 운영하던 체육회를 민간체제로 전환하도록 했다. 하지만 경기도체육회장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과정을 문제 삼아 신임 도체육회장 A씨의 당선을 무효처리하면서 소송이 벌어졌고, 소송전 끝에 A씨가 도체육회장 자리를 지켰다.

 

이같이 복잡한 실타래가 엉킨 상황에서 해당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심의를 앞두자 도와 도의회 안팎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 출신인 이 의원이 도체육회 측에 유리한 법안을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측은 조만간 국회 법사위에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법사위 의원실을 방문해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는 복안이다. 도 관계자는 “운영비 지원을 임의규정으로 개정하면 다른 체육단체 지원에 대한 형평성 시비를 불러오고 지자체 재정편성의 자율성과 보조금 권한을 제한받는다”며 “지방재정법, 보조금법과도 충돌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용 의원실은 “경기도와 도체육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위탁사업을 하는 도체육회의 기능을 경기도가 나서 체육진흥센터로 넘겨버리면 업무가 분산·중복된다”며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출범한 민선 지방체육회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의 사례를 보고 다른 광역지자체도 비슷한 조직을 만들 것”이라며 “지방체육회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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