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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로에 시신 유기해놓고 “남친과 여행” 메시지 조작하고 누나 영정사진도 든 남동생

입력 : 2021-05-01 09:00:00 수정 : 2021-05-01 12: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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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순 인천 자택 아파트서 살해 후 살아있는 듯 위장
거짓 문자로 실종신고 취소 유도…경찰, 구속영장 신청
누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동생 A씨(20대 후반)가 29일 인천 강화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같이 살던 친누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강화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이 누나의 카카오톡 계정을 이용해 누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남동생이 누나를 살해한 시점은 4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중순이다.

 

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누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후반 A씨는 30대인 누나 B씨와 카카오톡으로 나눈 대화를 보여주며 엄마에게 가출신고를 취소하도록 했다. A씨는 B씨의 계정으로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난다”, “잘 지내고 있다” 등 문자를 보냈고, A씨는 누나의 계정에 ‘어디에 있냐’, ‘걱정된다’ 등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다시 B씨 계정으로 ‘잘 있다. 찾으면 숨어 버린다’ 등의 답장을 보냈다.

 

A씨는 이를 ‘누나와 주고받은 대화’라고 속여 엄마에게 보내주며 경찰에 가출 신고를 취소하도록 유도했다. A씨의 어머니는 B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2월14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가출 신고를 한 상태였다. 결국 A씨의 부모는 A씨의 말을 믿고 연락을 자주하면 딸이 아예 연락을 끊을까봐 지난 5일 가출 신고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 신고 당일 경찰관이 B씨 휴대전화로 연락하자 A씨는 누나인 척 ‘실종된 것이 아니다. 부모님이 오해하신 것 같다’는 거짓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또 A씨는 누나의 발인이 있었던 지난 25일에는 시신 운구 과정에서 직접 영정사진을 들어 경찰과 가족들에게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다.

누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동생 A씨(20대 후반)가 29일 인천 강화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께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누나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사체를 인천 강화군 석모도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는 B씨의 시신을 10일 동안 해당 아파트 옥상에 방치하고 지난해 12월 말 렌터카 차량에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석모도의 한 농수로에 유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누나와 성격이 안 맞았고, (범행 당일도) 늦게 들어왔다고 누나가 잔소리를 해 말다툼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농수로에 유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겨울이라 인적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고 (그 동네에) 친척이 살아 연고가 있었다”며 “그렇게 심하게 찌른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B씨의 시신은 지난 21일 오후 2시13분쯤 농수로 1.5m 깊이 농수로 가장자리 쪽에서 발견됐다. 인근 주민이 B씨를 발견했을 때 B씨는 물 위에 엎드린 상태로 떠 있는 상태였다. 158㎝의 키에 미혼인 B씨는 발견 당시 상하의 검은색 옷을 입었고, 맨발이었다. 휴대전화나 지갑 등 유류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B씨의 등에 25차례의 흉기에 찔린 흔적을 확인, 흉기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차 부검을 실시한 결과 B씨의 사인은 ‘흉기에 의한 대동맥 손상’이라고 경찰에 통보했다.

 

한편 이날 경찰은 A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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