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원내대표가 30일 취임 일성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돌려주지 않으면 폭거이자 범법”이라며 강도 높은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협치의 ‘볼모’로 삼는 야당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5·2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도 법사위원장을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신임 지도부의 관계는 시작부터 악화일로로 치달을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 구성과 관련해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돌려주고 말고 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돌려줘야 할 의무만 있는 상황”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그와 같은 폭거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민주당 스스로 판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한민국에 더는 비상식이 통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호중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회로 옮기며 공석이 된 법사위원장에 박광온 사무총장(3선·경기 수원정)을 내정하며 양보할 뜻이 없다는 입장에 쐐기를 박았다. 후임 법사위원장은 5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선출된다. 민주당의 압도적 의석수(174석)를 고려할 때 박 총장 선출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들도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법사위원장 자리가 협상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홍영표 의원(4선·인천 부평을)은 “여야 협치는 우리 국회가 마땅히 추구해야 할 가치이고, 국회 원 구성 재협상을 하자는 야당 주장에도 동의한다”면서도 “법사위원장 자리가 왜 쇄신의 전제 조건이 돼야 하는지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정치의 소명을 다 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법사위원장을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야당도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우원식 의원(4선·서울 노원을)도 “야당이 원 구성 재협상이 협치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법사위 달라는 게 전제 조건이라는 것은 협치가 아니라 국회 운영을 발로 걷어차는 행위”라고 했다. 우 의원은 “20대 국회 때 처리하지 못한 민생법안이 수두룩한 걸 떠올리면 아직도 울컥한다”며 “법사위를 넘겨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74석을 잘 쓰기 위해 법사위를 절대 야당에 줄 수 없다”고도 했다.
송영길 의원(5선·인천 계양을) 역시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한 논의를 할 수는 있지만,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겨줄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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