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초등생도 납득 못 할 괴변으로 발목 잡아”

“해외유학 경력에 박사학위까지 지닌 뛰어난 역량의 경제전문가들이 국민의힘에서는 왜 이런 초보적 오류를 범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0일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 “요행만 바라는 ‘손님실수정치’는 그만하라”고 직격했다. 자신이 주장한 차등적 특성의 ‘공정벌금’을 보편성을 지닌 ‘기본소득’과 비교하며 공격하는 것이 논리 왜곡과 발목잡기라는 뜻이다. 손님실수는 바둑에서 상대방이 실수하는 요행을 바라며 이길 수 없는 수를 무모하게 고집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의힘이 공정벌금을 두고 연일 비판을 이어가더니, 급기야 기본소득의 보편성과 비교해 ‘기본소득이 공정하지 않음을 고백했다’는 삭족적리(削足適履)식 해석을 내놨다”며 이같이 말했다. 삭족적리는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는 사자성어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지난 29일 이 지사가 제안한 경제력에 비례한 공정벌금제에 대해 “기본소득은 똑같이 주자면서 벌금은 차등하자고 한다”며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서민을 위한 것도 아니고 공정하지도 못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이 지사는 그리스 신화 속 프로크루테스를 소환했다. “(프로크루테스가) 나그네를 자신의 침대에 눕힌 후 몸이 침대보다 크면 자르고 작으면 늘려 죽였다”며 “다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기준에 억지로 껴맞추는 ‘프로크루테스의 침대’는 획일주의를 지적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같은 것은 같은 잣대로 다른 것은 다른 잣대로가 상식인데, 세금으로 운영하는 복지와 질서유지를 위한 제재의 원리가 어떻게 같을 수 있냐”며 “초등생도 납득 못할 괴변으로 발목을 잡고 상대의 실패만을 자신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국힘당의 행태가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이 지사는 ‘원칙혼동의 오류’도 끄집어냈다. “똑같은 통일도 자신들이 하면 ‘대박’이고, 민주당이 하면 ‘종북’이라 비난하는 식의 이중잣대도 문제지만, 다른 것을 같은 자로 재며 비난하는 만능잣대는 더 문제”라는 얘기다.
그는 이어 “국힘당이 선별복지를 주장하니 처벌도 선별해야지요”라며 “이제 ‘잘하기 경쟁’하는 정치, 건설적 논쟁이 오가는 품격있는 정치를 기대한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이 지사는 차등 벌금제의 부과 기준이 소득인지, 재산인지를 놓고도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과도 SNS로 공방을 벌인 바 있다.
한편 이 지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 글에선 “임대사업자 상위 198명이 무려 3만5000채가 넘는 집을 소유하고 있다”며 다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 폐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택정책을 뒷받침할 철학이 없으면 더 절망적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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