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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상회담서 북핵공조·동맹복원에 성과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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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30 23:13:36 수정 : 2021-04-30 23: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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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제재 틀에서 외교 병행
韓,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집착
‘쿼드’ 관련 명확한 입장 밝혀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한다.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이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진전을 위한 한·미 간의 공조 방안을 비롯해 경제·통상, 기후변화·코로나19 등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간 현안들을 둘러싼 엇박자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 해법을 둘러싼 입장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워싱턴에선 한·미 간에 이렇게까지 이견이 노출된 적이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제재 등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면서 외교적 해법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집착한다. 문 대통령은 엊그제 “북한과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길을 찾고자 한다”고 했다. 지난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대북 협상 성과를 토대로 북·미가 양보와 보상을 동시에 주고받는 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했다. 북핵 이견 조율에 진통이 따를 것임을 예고한다.

 

경제통상 분야에선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참여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반도체 굴기’를 다짐한 중국을 의식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는 대중 견제를 위한 미국 인도·태평양 정책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비켜갈 수 없는 문제다. 청와대는 “쿼드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로 정해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개방성·포용성·투명성 등 협력 원칙에 부합하고 국익과 지역·글로벌 평화에 기여한다면 어떤 협력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여지를 뒀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쿼드 플러스에 참여하는 대신, 코로나19·기후변화 등 분과별 협의에 부분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다가 자칫하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는다. 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도 주요 의제로 꼽힌다. 한국을 ‘아시아의 코로나19 백신 허브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의 동맹 복원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다. 그간 우리 정부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각각 협력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줄타기 전략을 실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상회담을 불과 20일 앞둔 시점에서 구체적인 회담 의제가 정해지지 않아 양국 간 이견이 불거진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만큼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나오기 전에 최소한 북핵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것이 한·미동맹 복원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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