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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살해한 남동생 ‘1인2역’ 하며 치밀하게 은폐…부모도 속여

입력 : 2021-04-30 22:30:00 수정 : 2021-05-01 02: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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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한 누나에게 “걱정된다. 들어와” / 부모속여 가출 신고 취소하게 만들어 / 범행 시인하지만 우발적 범행 주장
누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동생 A씨(20대 후반)가 29일 인천 강화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누나를 살해한 뒤 강화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의 치밀한 범죄 행각이 드러났다.

 

30일 인천경찰청 수사전담반에 따르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된 A(27)씨의 범죄는 4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중순쯤 발생했다.

 

A씨는 새벽 자택인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누나인 30대 B씨를 살해했다.

 

A씨는 처음 10일간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옥상에 시신을 숨겼다. 경찰은 A씨가 살던 집이 아파트 꼭대기 층이라 옥상에 시신을 10일간 보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봤다.

 

그 후 지난해 12월 말쯤 시신을 여행 가방에 담아 렌터카에 싣고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한 농수로에 유기했다.

 

B씨의 시신은 지난 21일 오후 2시 13분쯤  지역 주민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인천 강화군 농수로서 흉기에 찔려 숨진 30대 여성의 살해 용의자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다. 사진은 27일 여성이 숨진채 발견된 농수로의 모습. 뉴스1

그는 범행 후 B씨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해 부모의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하고 평소처럼 직장에 다니기도 했다.

 

A씨의 어머니는 지난 2월 14일 B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가출 신고를 했으나 A씨가 누나와 주고받은 것처럼 꾸민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여주자 이달 1일 신고를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누나의 카카오톡 계정에 ‘어디냐’, ‘걱정된다. 들어와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B씨 계정에 접속해 ‘나는 남자친구랑 잘 있다’, ‘찾으면 아예 집에 안 들어갈 간다’는 답장을 보냈다.

 

A씨는 또 B씨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워 B씨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조작하기도 했다.

 

그는 B씨를 살해·유기한 뒤에도 직장인 인천 남동공단 공장에서 평소와 같이 근무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면서 B씨의 발인이 있었던 지난 25일에는 누나의 영정사진을 들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에서 “누나와 성격이 안 맞았고 평소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며 “(범행 당일도) 늦게 들어왔다고 누나가 잔소리를 했고 실랑이를 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B씨의 계좌에서 일정 금액을 출금한 정황을 확인해 살인 범행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고 있다.

 

또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를 투입해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확인하고 30일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편 A씨는 전날인 29일 오후 9시26분쯤 인천 강화경찰서에 압송 과정에서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모습을 드러낸 A씨는 ‘누나를 살해한 게 맞느냐’, ‘왜 살해했느냐’, ‘수사를 피해 안동까지 도주한 거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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