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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노인, 입원순서 낮추지 않을 수 없다” 공문 논란 일자 사과·해명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입력 : 2021-05-01 13:00:00 수정 : 2021-04-30 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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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앤스테디 캡처

 

장수국가이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 일본에서 “노인의 입원 치료 순서를 뒤로 미루자”는 취지의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6000명에 육박하는 등 심각한 확산이 계속되자 한정된 의료체계에서 치료의 우선순위를 두자는 것이다.

 

이같은 의견은 급히 진화에 나서 일단락됐지만 곳곳에서 허탈한 탄식이 쏟아져 나온다. 노인 세대가 지금까지 나라와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헌신한 것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코로나 확진 노인, 입원 순서 낮추지 않을 수 없다”

 

30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논란의 문건은 일본 오사카부(시) 건강의료부 의료감(차장급)이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원 후속 센터’의 책임자로 알려진 그는 지난 19일 지역 내 보건소에 “고령자의 입원 우선순위를 낮추자”는 취지의 문서를 전송해 물의를 일으켰다.

 

‘입원 조정 요청에 대한 부탁’이란 제목의 문서. 요미우리신문

‘입원 조정 요청에 대한 부탁’이란 제목의 문서에는 “당면한 정책으로 적은 병상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연령이 높은 분은 입원의 우선순위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는 문구가 담겼다.

 

오사카시는 65세 이상 감염자에 대해 무증상 또는 경증인 경우 입원 치료하는 정책을 운영 중이다. ‘소생(치료) 거부’ 의사 밝힌 환자라도 치료 가능성이 있으면 입원 치료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치료에 우선순위를 두자는 의견이 시 의료감으로부터 나와 당국의 정책이 변경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 현재 코로나 상황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것이라 주장이 더해져 거센 논란이 일었다.

 

◆논란 일자 사과·해명

 

논란에 대해 의료감은 자신의 발언이 “완전한 실수”라며 “시 정책과는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문건은 노인 관련 시설(요양원 등)에서 감염자가 발생해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회의에서는 시설에서 확진자가 나온 경우 지역 의원 등을 통해 가능하면 내부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발언은 “시설에서의 대응력을 높여 달라는 취지였다”면서 “잘못된 말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이와 관련 오사카시 건강의료부장은 “시의 방침을 밝히는 경우 의료감이 아닌 부장 이름으로 보낸다”며 “고령을 이유로 입원 우선순위를 낮추는 등의 대응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감에게 엄중한 주의를 내리고 전송 메일 철회와 사죄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로 노인 세대의 불이익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사카시는 지난 13일부터 중증환자가 입원할 병상수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이 작성된 19일 기준 중증환자 병상은 245석인 반면 중증환자는 이보다 만은 302명이었다.

 

현재 54명은 경증·중증 병상에서 치료를 계속하는 상태로 한정된 의료체계에서 병상 부족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9일 신규 감염자는 1172명에 달했고 사망자는 4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의료시스템 부족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말실수에서 비롯돼 일단락됐지만 악화하는 코로나19 속 노인 세대에 대한 차별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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