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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반지 대신 그림을 사라"… 문웅 박사, ‘수집의 세계’ 펴내

입력 : 2021-05-01 03:00:00 수정 : 2021-04-30 14: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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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컬렉션이 관심을 끌고 있다.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기증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미술애호가들로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테크가 새로운 재테크 방식으로 부각되고 있다. 비싼 그림을 사는 대신 수십만 원 대의 소품 등 그림으로 시작할 수 있고, 비싼 그림은 여러 명이 함께 소유하는 아트펀드 형식의 투자 방법도 투자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전 대학교수인 문웅박사는 대학생때부터 미술품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예술작품을 소장하기시작했다. 문 박사는 추사의 글씨, 로댕의 조각, 이중섭과 김환기·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국내외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

 

문 박사는 동국진체의 계승자 학정 이돈흥 선생에게 서예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서예술에 접했다. 그때 인연으로 우연히 의재 허백련이 그린 병풍을 사게 되었는데, 군대를 다녀온 후 허 화백이 타계하자 병풍의 값이 4배로 뛰었다. 그런데 4배 값에 팔고 나서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그 병풍 값이 2배가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이 때 왜 그림값이 뛰는가,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상승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서예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동양의 서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사면 돈이 된다는 것도 일찌감치 체득했으니 20대부터 미술품 수집에 뛰어들었다.

 

우연찮게 시작한 미술품 수집은 50여년이 지난 현재 3000여점의 수집하는 결과를 낳았다. 

 

미술품 수집 초기에는 문 박사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에는 엉터리로 복원된 고려청자를 사기도 했으며, 무작정 좋아서 산 작품의 작가가 중간에 붓을 꺾어 더 이상은 가치가 상승하지 않는 실패를 경험했다. 이같은 실패를 통해 문 박사는 좋은 작품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었으며 작품을 더 저렴하게 사는 법, 원하는 작품을 놓치지 않는 법, 세계로 눈을 넓히는 법까지, 그의 수집의 세계는 넓어졌다.

문웅 박사. 사진=서상배 선임기자

문 박사의 미술품 수집에는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 한번 구입한 작품은 어떤일이 있더라도 판매하지 않는 것이다. 처음 산 병풍의 값이 팔고 나서도 계속 오르는 것을 보고 그 이후에는 아예 되팔지 않는 계기가 됐다.

 

그는 젊은 시절 일본 하코네 조각의 숲 미술관을 방문했을때 무더위 속에서도 관람을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인파를 보면서 사람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에 감탄해 미술관 설립을 꿈꿨다. 좋은 작품을 수집해 세계인이 찾는 미술관을 설립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문 박사는 수집인생 50년을 기록한 책 ‘수집의 세계’를 펴냈다. 이 책에서 문 박사는  자신의 수집 노하우를 공개하고 실패담을 공유함으로써 예술품 수집을 성공에 이르게 하는 조언을 담았다. 또한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현대 미술시장의 흐름을 읽고 경영학적 측면에서 예술을 분석해, 미술품 수집에 꼭 필요한 큰 흐름을 보는 눈을 제공한다. 다섯개 장으로 구성된 이책의 마지막장에서는 수집가로 사는 법을 다뤘다. 그는 결혼기념일이나 자식 생일 등 기념일때마다 그림을 구입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결혼반지 대신 구입한 그림은 다이아몬드 반지 가격보다 몇배다 더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성공한 투자로 기록돼 있다.

“미술시장에 뛰어드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하지는 않다. 너무 많은 돈을 미술 작품에 쏟아붓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투자다. 큰 돈을 쏟아부을 경우 소장품의 가격에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되고, 가격이 잘 오르지 않으면 작품 감상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수집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과 안목으로 하는 것이다. 미술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키우고, 그것을 내 손안에 넣을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더 좋은 작품을 손에 넣기까지는 발품을 팔아 찾아다니는 것 또한 중요한 자세다. 작가나 비평가는 작품을 예술로만 말할 수 있지만, 미술상이나 수집가는 상품으로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술품의 이러한 양면성이 수집을 어렵게 한다. 감성과 이성,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가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수집가로 성공하기 어렵다. 예술품이기 때문에 즐거워야 하고, 자산이기 때문에 적절한 수익도 올려야 한다. 소모품이 아니기 때문에 ‘보기에 좋았다’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문 박사는 예술경영학을 전공해 성균관대학교에서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교수를 역임하고, 호서대학교 교수를 지내다 2018년 정년퇴임했다.

 

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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