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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사저 현수막 음모 있다”… 평산마을 시끌시끌한 이유

입력 : 2021-04-30 15:00:00 수정 : 2021-04-30 15: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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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면 일대에 걸린 사저 건립 반대 현수막.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살게 될 사저를 둘러싼 ‘현수막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사저 공사가 한창인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리에 ‘사저 건립 반대’ 현수막이 갑자기 44개나 걸리자 현수막 배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나오고 있다. 주민 대부분은 문 대통령 사저 건립을 환영하는데 오히려 주변 마을에서 소음 등의 불편이나 사저 재유치 목적으로 공사 중단 압력을 넣고 있다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할 예정인 평산마을의 한 주민은 29일 “지역 단체 명의로 걸린 반대 현수막들은 평산마을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평산마을에 살았으며 현재 사저 공사 현장 바로 앞에 거주 중이라 밝힌 A씨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평산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사저 공사에) 계속 찬성이었다. 저희도 왜 하루 아침에 (반대 현수막이) 40몇개가 걸려버렸는지 (의아하다). 저희 마을 주민들하고는 (현수막에 대해) 어떤 얘기도 없었다”며 하북면에 그렇게 많은 지역 단체가 있는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대통령 사저 공사터. 청와대 관계자는 “먼지나 소음 발생 가능성에 대한 주민 우려 대문에 철저히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잠시 공사를 멈췄다”고 말했다. 양산=연합뉴스

A씨는 반대 현수막을 게재한 곳은 지역 단체와 다른 마을이라며 게재 의도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다. 그는 “작년 이맘때 대통령 사저가 발표 났다.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 이 시점에 이렇게 하면 좀 이상하지 않나”라며 “개인의 이익 때문일 수 있다. 자기 땅에 길을 내면서 자기 땅을 팔고 싶은 마음과 욕심들, 그런 게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더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민 일동’이란 이름으로 걸려있던 현수막도 평산마을 주민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었다고 해명했다.

 

평산마을 주민들은 사저 건립에 환영한다고 거듭 강조한 A씨는 “저랑 마음 맞는 동네 젊은 애들과 얘기해서 (사저 건립 찬성) 현수막을 4개를 만들어놨다. 오늘 중으로 부착할 예정”이라며 “대통령님이 오신다면 평산마을뿐 아니라 하북면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지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세력이든 어차피 (지역에) 와서 먹고 (수익을) 창출하고 갈 것”이라고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앞서 ‘하북면 이장단협의회’,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청년연합회’ 등 지역단체 17곳은 지난 21일 ‘국민 없는 대통령 없고 주민 동의 없는 사저 없다’, ‘평화로운 일상이 파괴되는 사저 건립을 중단하라’ 등의 글귀가 적힌 현수막 44장을 하북면에 내걸었다. 정용구 하북면 이장협의회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김해 봉하마을처럼 방문객이 늘어 주민 불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청와대와 양산시는 주민들과 대책 논의 등 소통 없이 그냥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신평버스터미널 주변에 ‘대통령님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양산=연합뉴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사저 건립에 찬성하는 지역 주민들은 현수막을 이용해 ‘맞불’을 놓기도 했다. 지난 28일 오후부터 하북면 일대에 ‘(김정숙) 여사님 평산마을로 꼭 오십시오’, ‘되고파 대통령님의 주민‘, ‘대통령님 진한 사람 향기가 그리웠습니다’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일부 반대 여론에 따라 사저 이전이 무산될까 우려해 적극적으로 환영의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가 하면 지난 27일 기존 대통령 사저가 위치한 경남 양산시 덕계동 매곡마을에는 ‘가던 발길 돌리십시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매곡마을로 오세요’, ‘(김정숙) 여사님 매곡 주민은 기다립니다’ 등의 현수막 18개가 걸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퇴임 후 기존 매곡마을 사저로 오려 했지만 지난해 5월 경호 등 문제로 30여㎞ 떨어진 하북면 평산마을 인근에 새 사저를 짓기로 한 상황이다.

 

28일 오후 경남 양산시 덕계동 매곡마을 문재인 대통령 내외 기존 사저 주변에 ‘대통령님 기다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산=연합뉴스

한편 현재 양산 사저 공사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된다는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9일 시작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의 문 대통령 사저 공사는 23일부로 임시 중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건축 규정을 준수하고 있지만 분진과 소음 등 마을 주민들이 겪는 불편을 점검하기 위해 잠시 공사를 멈췄다”고 설명했다. 현장 인부와 장비도 지난 27일 모두 철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한 뒤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며 “언제 다시 시작할지는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저 부지를 변경할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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