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휴대전화 유십 칩 사용·누나 계좌서 출금 정황

누나를 살해한 뒤 강화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이 4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인천경찰청 수사전담반은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한 20대 후반 A씨의 범행 시점을 지난해 12월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그가 누나인 30대 여성 B씨를 지난해 12월 중순쯤 자택인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살해한 것으로 확인했다. A씨는 10일간 해당 아파트 옥상에 누나의 시신을 놔뒀다가 지난해 12월 말쯤 차량으로 시신을 운반, 시신이 발견됐던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한 농수로에 유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씨가 누나와 함께 살던 집이 아파트 꼭대기 층이라 옥상에 시신을 10일간 보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봤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에서 “누나와 성격이 안 맞았고 평소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며 “누나가 잔소리를 하면서 (범행 당일도) 실랑이를 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된 A씨는 전날 오후 9시26분쯤 인천 강화경찰서에 압송 과정에서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누나가 강화군 농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9일 만이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모습을 드러난 A씨는 경찰서 앞에서 ‘누나를 살해한 게 맞느냐’ ‘왜 살해했느냐’ ‘수사를 피해 안동까지 도주한 거냐’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일반 회사에 다니고 있는 A씨는 사건 발생 전 누나 B씨와 인천에서 살았고, 따로 지내는 부모가 가끔 남매의 집에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시신이 발견된 석모도에는 이들 남매의 외삼촌 가족이 살고 있으며 명절이나 가족행사 때 종종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B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13분쯤 농수로 1.5m 깊이 농수로 가장자리 쪽에서 발견됐다. 인근 주민이 B씨를 발견했을 때 B씨는 물 위에 엎드린 상태로 떠 있는 상태였다. 158㎝의 키에 미혼인 B씨는 발견 당시 상하의 검은색 옷을 입었고, 맨발이었다. 휴대전화나 지갑 등 유류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누나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B씨의 등에 25차례의 흉기에 찔린 흔적이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차 부검을 실시한 결과 B씨의 사인은 ‘흉기에 의한 대동맥 손상’이라고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 내역과 금융거래 내역 등을 토대로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이날 오후 4시39분쯤 경북 안동 일대에서 검거했다.
A씨는 범행 후 B씨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워 B씨 명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마치 자신이 누나인 것처럼 SNS에 관련 글을 게시했다.
경찰은 B씨의 계좌에서 일정 금액을 출금한 정황을 확인하고 범행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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