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검찰총장 후보군 4명 압축… ‘피의자 논란’ 이성윤 결국 탈락

입력 : 2021-04-29 18:52:35 수정 : 2021-04-29 18:59:0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구본선·김오수·배성범·조남관 추천… 이르면 30일 임명 제청
3시간여 만에 추천위 회의 끝나
박상기 위원장 “큰 이견 없었다”
일각 “李 통한 수사통제 더 중요”
추천위원 일부 “정치편향 안돼
조직 못 믿으면 수장자격 없어”
‘文정부 신뢰’ 김오수 가장 유력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왼쪽부터),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연합뉴스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서 유력후보로 꼽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국 탈락했다. 4·7재보선에서 확인된 민심을 거슬러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 지검장을 최종 후보군에 올리기에는 정권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4명을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했다. 박 장관은 이르면 30일 총장 후보자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전망이다.

추천위는 이날 회의 결과를 알리면서 “심사 대상자들의 능력과 인품, 도덕성, 청렴성,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리더십, 검찰 내·외부의 신망,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이같이 후보군을 정했다”고 밝혔다. 위원장을 맡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회의 종료 후 “규정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면서 “결과에 대해서도 모두 만족했고 큰 이견은 없었다”고 논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회의를 시작한 추천위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4시간도 안 돼 후보 4명을 추렸다. 추천위원 사이에 논란이 예상되던 이 지검장을 법무부 검찰국에서 적극 밀지 않았기 때문에 회의가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추천위의 최종 후보군 압축 과정에서 법무부 검찰국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인사를 추천 대상에 넣는 것”이라며 “이 지검장이 최종 명단에서 빠졌다는 것은 애당초 대통령의 의중이 이 지검장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당연직 추천위원인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도 회의 시작 전 “자기 조직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 정치 편향성 높은 분도 마찬가지로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 지검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관련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될 처지에 놓인 이 지검장이 검찰 수사팀의 기소방침에 반발해 기소·수사 적절성을 묻는 수사심의위를 신청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추천위에서도 이 지검장이 피의자 신분인 점과 친정권 성향이 짙은 점을 마이너스 요인으로 감안한 인상이 비쳐지는 대목이다.

4명의 후보군 중에서는 김 전 차관이 총장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문 대통령의 임기말 검찰 조직을 장악하면서 내년 대선이나 퇴임 후까지 감안하면 4명 중에선 여권이 가장 믿을 만한 인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광주 출신의 김 전 차관은 서울북부지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거쳐 2018년 6월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차관에 올랐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한창이던 2019년 9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수사팀을 꾸리자’고 제안하며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최재형 감사원장 견제 차원에서 김 전 차관을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추천하는 등 김 전 차관에게 꾸준한 신뢰를 보여왔다. 앞서 박 장관이 총장 자질로 언급한 것처럼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잘 맞는 인물’인 셈이다.

반면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 추진 과정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징계 철회를 요청한 조 차장과 2019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한 배 원장은 정권에 반기를 든 이력이 걸림돌이다. 사실상 구 고검장과 김 전 차관의 양강 구도이지만 김 전 차관에게 힘이 쏠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차관이 총장이 될 경우 이 지검장이 연임될 것으로 보는 기류다. 김 전 차관이 이 지검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높아 지휘하는 데 무리가 없고 정권이 껄끄러워하는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 많기 때문이다. 설령 이 지검장이 기소되더라도 법무부 장관이 직무배제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중앙지검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 부장검사는 “총장보다는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정권 겨냥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신호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창훈·김선영·이정한 기자 corazo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