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타쉬, 페널티킥 1골만 기록
울산 힌터제어는 아예 득점 없어
리그 전체 득점력 저하로 이어져
부진 탈출 여부 상위권 합류 관건

현대축구는 과거와 달리 모든 선수가 골을 넣는 방식으로 진화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장 많은 골을 넣는 것은 ‘스트라이커’라 불리는 최전방 중앙 공격수다. 팀 공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포지션인 만큼 K리그 팀들도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해 스트라이커들을 영입했고, 자연스럽게 득점 순위도 이들이 득세했다.
그런데,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2021시즌 K리그1은 다르다. 스트라이커들이 힘을 쓰지 못한다. 12라운드 현재 리그에서 득점 공동 5위에 해당하는 4골 이상을 터뜨린 선수는 9명에 불과하다. 이 중 스트라이커는 7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의 일류첸코와 5골을 만든 제주의 토종 스트라이커 주민규, 4골을 생산한 성남의 뮬리치 등 3명뿐이다. 그 외에는 측면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에는 같은 시점에서 울산의 주니오(창춘 야타이)가 무려 17골을 터뜨렸고, 일류첸코, 펠리페(광주), 이동국(은퇴) 등 다수의 스트라이커가 위력을 발휘했다. 단 한 시즌 만에 득점 순위표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변했다.
우려는 이미 시즌 전부터 있었다. 오프시즌 동안 각 팀이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디펜딩챔피언 전북은 이동국이 은퇴하자 포항에서 일류첸코를 영입해 이를 메웠지만, 대부분 팀은 코로나19 여파 속에 현지 스카우트도 못한 채 영상과 자료만으로 선수를 영입하는 ‘도박’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포항은 일류첸코가 전북으로 떠나자 불가리아 출신의 타쉬를 영입했다. 울산은 지난 시즌 득점왕 주니오를 중국리그로 떠나보내고,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힌터제어를 데려왔다. 이 중 타쉬는 현재까지 페널티킥으로 1골만 기록 중이고, 힌터제어는 아예 득점이 없다. 여기에 수원과 제주가 영입한 니콜라오와 자와디, 성남의 부쉬 등도 존재감을 보이지 못해 각 팀의 애를 태우는 중이다.
이들의 부진은 리그 전체 득점력 저하로도 직결됐다. 12라운드까지 K리그1 전체 득점은 154골로 지난 시즌 183골에 비해 16%나 줄었다. 경기 페이스 등이 큰 차이 없는 가운데 스트라이커의 부진에 따른 결정력 부재가 리그 득점의 수직 하락을 불렀다.
이제 관건은 부진에 빠진 스트라이커 중 누가 먼저 리그 적응에 성공할 것인가다. 전북을 제외한 대부분 팀이 공격력 부재로 허덕인 탓에 리그는 전북의 독주와 유례없는 중위권 혼전으로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 중 스트라이커 자리가 먼저 정상화되는 팀이 중위권 레이스에서 치고 나가 상위권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끝내 스트라이커들이 적응에 실패할 경우 각 팀은 여름 이적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름 이적시장이 바쁘게 돌아갈 여지가 생겼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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