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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은 ‘저술왕’…저서 51권·번역 14권 등 65권

입력 : 2021-04-29 16:45:15 수정 : 2021-04-29 16: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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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연구 세계적 권위자…사촌동생 정광 명예교수 “학자 됐어도 큰 발자취 남겼을 분”
27일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의 친필 원고지

통장 잔고는 물론 사후 각막까지 기증해 큰 감동을 주고 떠난 정진석 추기경에 대해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가 남긴 65권의 저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모교인 서울 중앙고등학교엔 지난해 7월 ‘정진석 추기경 특별서가’가 조성됐다. 그곳엔 정 추기경의 저서 51권과 번역서 14권이 꽂혀 있다.

 

정 추기경은 외국어 능력이 탁월했다는 평가다. 신학교 신입생 때인 1955년 ‘성녀 마리아 고레티’ 번역을 시작으로 ‘참신앙의 진리’, ‘종군 신부 카폰’, ‘가톨릭 교리 입문’, ‘억만인의 신앙’, ‘내가 하느님을 믿는 이유’, ‘인정받은 사람’, ‘질그릇’, ‘영혼의 평화’, ‘칠층산’, ‘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 ‘이 빈 들에 당신의 영광이’ 등 14권을 한글로 옮겼다. 라틴어로 쓰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서한을 번역한 것도 정 추기경이다.

 

청주교구장 시절인 1983년 교회법 전공 사제 10명과 함께 시작한 가톨릭교회 ‘교회법전’ 번역은 1989년까지 지속됐다. 정 추기경을 청주교구장 시절 모셨다는 박청일 옥천성당 주임신부는 “교회법전 번역 일 때문에 온종일 글을 썼던 추기경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눈이 침침하다며 힘들어 하셨는데 끝까지 해내신 걸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회고했다.

 

정 추기경의 학문과 집필에 대한 열정은 서울대 공대 입학 두 달 만에 터진 6·25전쟁과 그 후 신학교를 마치고 이탈리아 로마 우르바노대학으로 유학, 교회법 석사학위를 받으면서부터 본격화됐다. 매년 한 권씩 책을 내는 신부로 유명한 정 추기경은 2012년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신교정(신학대학) 주교관에 머물면서 저술 활동에 매진해왔다.

27일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의 업무 수첩. 정 추기경은 매일 일지 형식으로 일상을 기록했고, 평생 집필에 몰두했다.

정 추기경은 1961년 ‘장미꽃다발’을 시작으로 ‘라디오의 메아리’, ‘목동의 노래’, ‘말씀이 우리와 함께’, ‘우주를 알면 하느님이 보인다’,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 ‘질그릇의 노래’, ‘성숙힌 신앙생활’에 이어 2019년 ‘위대한 사명’까지 선종 직전까지 집필하며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특히 15권짜리 ‘교회법 해설’서는 20년 가까이 작업한 걸로 유명하다.

 

정 추기경의 사촌동생인 국문학자 정광(81) 고려대 명예교수는 “정 추기경은 평생을 종교인으로서 정말 결점 없이 잘 지내셨던 분”이라고 회상하며 만약 사제가 아닌 학자의 길을 걸었다면 더 큰 발자취를 남겼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본인도 책을 60여권 펴낸 정 교수는 “정 추기경은 늘 책을 쓰고 있었어요. 제가 속으로 ‘무슨 재미로 사시나’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분이 성직자가 안 됐으면 굉장히 지독한 학자가 됐을 겁니다. 저도 남한테 빠진다는 소리 듣지 않는 학자인데, 정 추기경에 비하면 저는 ‘잡놈’입니다”하고 허허 웃었다. 

 

조정진 선임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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